안영모 동화은행장의 구속은 그의 개인적인 비리와는 또다른 차원에서
몇가지 문제점을 던지고 있다. 대출커미션수수와 경비유용은 고객의
채산을 관리하는 은행장으로서는 용납할수 없는 범죄행위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은행의 공식적인 업무추진비가 턱없이 비현실적인 점을 수긍하는
이도 있고 투서나 진정을 토대로 실적위주의 "사정경쟁"을 벌인다는 비난도
없지않다. 비리제거도 중요하지만 정상적인 절차가 존중돼야하며
비현실적인 금융환경개선도 함께 논의돼야한다는 얘기다.

<>.안행장이 허위영수증과 대출커미션으로 지난 3년여동안 25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사실은 물론 탈법행위이지만 그만큼 써야할 돈이
많은데도 정상적으로 지급되는 임원실경비(업무추진비)가 충분치않았다는
점을 반증한다. 대외로비자금을 뿌려야만 하는 현실에서 기인되는
문제이다.

임원실업무추진비는 밖으로 알려지지않는 A급비밀이다. 현재 알려진
임원실(비서실)업무추진비 규모는 대체로 연간 5억원전후. 은행임원이
보통 15명내외여서 1인당 한달에 3백만원꼴로 쓸수있는 셈이다.

이 자금의 용처는 다양하다. 임직원들의 경조사비에서부터 직원들과의
회식및 거래처와의 교제비등으로 쪼개쓴다.

시은의 비서실관계자는 업무추진비로 경조사에 체면을 유지할만큼 내기도
어려운게 현실이라고 말한다. 다소 과장된 표현이기는 하지만 아무튼
넉넉지않다는게 은행관계자들의 얘기다. 일선지점의 경비부족도 비슷한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에 로비자금을 주거나 예금을 끌어들이기위해
드라이브라도 걸라치면 실탄부족을 절감할수밖에 없다. 안행장은 "조성한
25억원의 비자금을 임원들끼리 매월 3백만원씩 나눠쓰고 전현직
이북5도지사에게 생활비조로 7억9천만원을 줬으며 5억원은 고객에게 선물로
나눠줬다"고 진술했다. 이말대로라면 정상경비로 도저히 충당할수 없는
가욋돈이 그만큼 필요했다고 볼수있다.

금융계는 안행장이 저지른 금융비리의 뿌리가 개인의 불건전한 사고에서
시작됐지만 차제에 금융제도및 환경의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요즘은 나아졌지만 실세금리보다 턱없이 낮았던 공금리아래서 수신경쟁이
불붙었던게 지금까지의 현실이었다. 편법이 동원될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또 능력보다는 정치권의 힘있는 사람들과의 친소관계나 정부의 입김에
의해 좌우돼온 인사관행속에서 살아남기위해 변칙이 성행했던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이에따라 금융인이 도덕성을 회복하는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정치권및 관의 입김배제 <>금융자율화 <>과다한 외형경쟁지양등 제도와
환경의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게 금융계의 목소리다.

<>.이번 사정활동과 관련,은행감독원의 감독소홀및 투서와 진정의 난무도
문제로 지적된다. 동화은행이 89년9월 창립이후 올2월까지 3년이 넘도록
비리를 저질러왔는데도 은행감독원은 이를 잡아내지 못했다.

은감원은 "은행 본점은 1년에 한번씩 정기검사를 하지만 경비총액이
얼마인지만을 볼뿐 영수증을 일일이 대조해가면서 사용내용을 확인할수
없다"며 감독잘못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비리의 방관에대한
책임까지 면할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있다. 제일은행의 학산산업개발에
대한 편법여신도 작년6월 정기검사후 집중적으로 일어난 것이어서 감독원은
귀책사유가 없다고 하지만 관련업계의 시각은 그렇지않다.

재무부도 은행장들이 줄줄이 사퇴또는 구속되는 대학살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인 지난22일 정례행사이긴 하지만 체육대회를 치러 마치 강건너 불보듯
방관했다는 지적을 받고있다.

이번 사정대상자들이 진정서나 투서에의해 구설수에 오른 사람들이었다는
점에서 금융계의 고질적 병폐인 "투서질"의 발본색원도 시급하다는게
중론이다. 투서가 사실을 고발하는 것이긴 하지만 일부는 경쟁자들에의해
사실보다 터무니없이 부풀려지는 경우도 많은게 사실이다. 모함성투서의
대상이 된 사람들이 조사결과 혐의를 벗더라도 실추된 명예는 회복할길이
없기도 하다.

따라서 사정당국이 투서나 진성서를 근거로 조사를 벌일때는 반드시
사전확인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금융계는 입을 모은다.

<고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