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 오쿠보는 무슨 일인가 싶으며 히사미쓰 앞으로 두어 걸음 더
다가가서 앉았다. 그러자 히사미쓰는 불쑥, "자네 내 곁으로 올 생각
없는가?" 하고 말했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시지요?"
그 말뜻을 대뜸 알 수가 있었으나,너무 뜻밖의 일이어서 오쿠보는 눈이
휘둥그래지며 반문했다.

"내 곁으로 와서 일할 생각이 없는가 말일세. 나를 좀 도와주었으면
좋겠어" "아,황공하옵니다. 저 같은 것이 뭐 아는 게 있어야 말이지요"
"아니야. 내가 사람을 볼 줄 안다구. 자네 같으면 앞으로 나를 도와서
우리 사쓰마를 더욱 발전 시키고,일단 유사시에는 내가 서신에도 썼듯이
번력을 총동원하여 근황의 길로 떨쳐나가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그리고
우리 사쓰마의 명예를 위해서 크게 활약을 할수 있을 것 같다구" "대감
어른,정말 황공하옵니다"
오쿠보는 이마가 다다미 바닥에 닿도록 머리를 조아렸다.

"사이고다카모리와 친한 사이라면서?" "예,그러하옵니다"
"사이고다카모리가 돌아가신 전번주 시마즈나리아키라 도노를 보필해서
크게 활약을 했듯이,자네는 나를 도와서 그렇게 해달라 그거지. 어떤가?"
"그저 감격스러울 따름입니다. 대감 어른의 높으신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 있는 힘을 다하겠습니다" "고맙네. 그럼 물러가 있게. 곧 통지가
갈 것이니까"
히사미쓰가 오쿠보를 자기 곁에 앉히기로 마음먹은 것은 그의 사람됨이
출중해 보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전번주 나리아키라를 숭배하며 따르던
젊은 지사들의 마음을 자기한테로 돌리기 위해서이기도 하였다.

히사미쓰는 나리아키라의 배다른 동생이었는데,형 같은 영명한 인품은
못되었으나,그래도 그 역시 야망이 큰 사람이었다. 지금은 막부의 지시에
고분고분 따르고 있지만,때가 오면 자기의 위력을 중앙 정계에 떨쳐서
국가를 개조해 나가리라 마음먹고 있는 터였다. 그래서 나리아키라에게
사이고 같은 인재가 필요했듯이,그 역시 그런 인재가 필요하여 물색하고
있던 중이었는데,마침 오쿠보가 눈에 띈 것이었다.

사이고가 나리아키라의 눈에 들어 그의 오른팔 격이 되어서
활약했듯이,오쿠보는 히사미쓰의 눈에 띄어 일약 그의 보좌역을 맡게
되었다.

"사람의 일이란 정말 알 수 없는 것이로군" 하고 감격해 하면서 오쿠보는
성심성의껏 자기의 직분을 다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