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5년동안의 경제청사진과 나라살림계획이 집약될 "신경제5개년계획"은
세제 재정 행정등 제도개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는 19일 발표한 5개년계획 작성지침을 통해 김영삼대통령의
"신경제구상"을 구체화시키기 위한 "개혁의 제도화"를 조기에 실현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있다. 분명한 입장외에 내용도 비교적 상세히
제시했다는 점에서 "작성지침"이라기보다는 "시안"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볼수 있다.

정부가 이처럼 제도개혁을 서두르는데는 나름대로 절박한 이유가 있다.
앞으로 2~3년간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느냐,아니면 지금상태에서
정체하느냐를 가름하는 고비임에도 불구,이렇다할 발전원동력이 없다는게
정부의 인식이다. 과거 개발연대에 통했던 정부지시와 통제가
정치민주화를 계기로 더이상 작동하지 않는데다 국민들의 "헝그리정신"도
사라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2~3년안에 새로운 경제의 틀을 만들기위해선
제도개혁을 먼저 추진할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먼저 제도와 의식개혁을 통해 국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낸뒤
<>성장잠재력확충 <>국제시장기반의 확충<>국민생활여건의 개선을 뒷받침할
정책을 펴겠다는 구상이다. 이를통해 김대통령이 공약사항으로 제시한대로
<>94년부터 물가3%억제,국제수지흑자 <>향후 5년간 연평균 7~8%성장<>98년
1인당국민총생산(GNP) 1만5천달러,GNP 7천억달러,무역규모 4천억달러등을
가능케한다는 것이다.

지침에 제시된 개혁과제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한마디로
"성장저해요인의 제거작업"으로 불릴만하다. 지난 80년대 후반이후
성장의 발목을 붙잡았던 "주범"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우선 땀흘린만큼의 공정보상이 보장되는 경제정의실현을 위한 과제로
세제개혁을 들수있다. 근로소득자들의 "유리봉투"만 잡고 거액의
"검은돈"은 교묘히 빠져나가는 허술한 그물과 같은 현재의 세제아래서
근로의욕을 되살리는데는 한계가 있을수밖에 없다. 따라서 재산소득이나
불로소득에 대해 철저히 과세하는 방향으로 세제를 대폭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종합토지세과표를 96년까지 공시지가로 전환하는등 부동산과표를
현실화하고 상속 증여세를 강화해 부의 세습을 차단하겠다는게 바로
그것이다.

과거 정권에서 일정까지 제시해놓고 실시계획을 번복하기까지 했던
금융실명제를 "반드시 한다"며 구체적인 실시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것도
마찬가지다.

또 건물분재산세와 종합토지세를 통합해 종합재산세제를 도입한다거나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종합과세한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수 있다.
땀흘려 번돈 이외에는 철저하게 세금으로 거둬들이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있다. "신경제1백일계획"에서 한시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고통분담을 제도화하려는 취지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개혁의 또다른 줄기는 정부규제완화를 통해 정부역할을 재정립하는데서
찾을수 있다. 과거 개발연대때 정부주도정책으로 누적돼온 각종 규제를
과감히 수술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규제로 인해 위축될대로 위축된
기업의욕을 되살리겠다다는 얘기다.

"1백일계획"에서 이미 6백70건의 규제완화과제를 선정한데 이어
5개년계획기간중 나머지 규제도 대폭 푼다는 계획이다. 예컨대 유통업
호텔업 건설업 의약품제조 통신업종에 대한 진입규제완화계획을 예시하고
석유정제 비료 조선등의 생산물량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부처간 중복업무를 조정하는등의 행정조직개편작업도 크게 보면
규제완화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볼수있다. 규제를 담당했던 부서가
남아있는한 새로운 일을 찾게 마련이고 그러다보면 규제가 다시 만들어질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그렇다.

금융개혁도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데 중점을 두고있다. 은행장선임등
은행경영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정책금융등 금융기관자산운용에 대한 규제를
풀겠다는 것이다. 금융상품에 대해서도 정부간섭을 최대한 배제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자금배분을 왜곡시키고 8조~10조원으로 추산되는
부실채권을 양산했던 "관치금융시대"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얘기가 된다.

또한 국토보존위주로 운용되어온 토지제도분야에서도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거론자체를 금기시해온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제도를
"기존골격을 유지하되 민원해소차원에서 개선한다"고 명시한데서 그 강도를
엿볼수 있다. 농지전용을 보다 용이하게 한다는 방향설정도 이용가능한
토지는 가능한한 규제를 풀겠다는 뜻이다. 이렇게해서 개발 또는
이용가능한 토지비율을 현재 16%수준에서 30%선까지 높인다는 구상이다.

제도개혁과 함께 기업경영에 대해서도 보다 공정한 룰을 지키도록
요구하겠다는 점도 뚜렷이 내보이고있다. 출자총액제한
상호채무보증제한등 경제력집중완화시책을 계속 추진하면서 대기업의
주식소유를 분산시키는 정책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예컨대 금융기관의
대규모기업집단 주식보유를 확대하고 소유분산정도에 따라 출자규제및
채무보증제한을 차등적용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특히 김영삼대통령이
최근 "대기업의 오너지분은 5%정도면 충분하지 않으냐"고 밝힌데 비추어
소유분산 유도시책은 한층 강화될게 분명하다.

정부가 제시한 개혁과제는 기존의 7차5개년계획(92~96년)과 비교해
진일보해 있는게 사실. 개혁의 강도가 구석구석에서 세게 나타나있다는
뜻이다. 실명제실시방침을 명시한 것이나 이자 배당소득을
종합과세하겠다고 밝힌 대목이 그 대표적인 예에 속한다.

개혁의 강도를 높인만큼 이번지침의 일부 내용은 실제계획으로 연결되지
못한채 말그대로 지침으로 묻힐 가능성도 많다. 계획작성과정에서의
반발에 부딪칠수 있다는 얘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토지제도개선방안에 대해 "전국토의 투기화를 부추기는 개악조치"라고
주장한것도 이런 우려를 반영한 셈이다.

또한 개혁시행에 앞서 실무적으로 뒷받침할 준비작업을 제대로 마칠수
있을지도 불확실한 구석이 많다. 이자 배당소득의 합산과세나
종합재산세를 도입하기위해선 전산화작업이 필수적이다. 시행의지가
있더라도 "하드웨어"가 빈약하면 늦춰질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7차계획에서 95년으로 잡혀있던 종합토지세과표의 공시지가전환시기가
96년으로 늦춰진것도 이같은 시행상의 어려움을 반증한 것이다.

개혁의 효과가 가시화될수 있도록 행정의 일선조직이 움직여줄것인가도
아직은 미지수이다. 박재윤청와대경제수석이 "공무원들에 대한 경제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힌것도 이를 의식한 발언으로 볼수있다.

이런점에서 "신경제5개년계획"은 실제집행과정은 물론 최종계획안을
확정하는데도 적잖은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개혁이 경제에 미치는
충격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위해서도 사전에 충분한 여론수렴을 거쳐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거 "실시"와 "유보"를
왔다갔다하며 혼선을 초래했던 것도 따지고보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란 판단에서다.

<박영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