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의 특성상 국내에서 시장기반을 구축하기 힘든 아이템도 있다. 그
대표적인게 의료용장비이다.

첨단기술을 필요로 하면서도 국내시장규모가 작다. 더욱이
다품종소량생산되기에 대기업에선 참여를 꺼린다. 당연히 대부분의
의료용장비를 수입해야하는 결과를 낳는다.

세인전자(대표 최태영.47)는 이같은 어려운 여건속에서 의료용장비의
국산화에 나선 중소기업이다.

경기 안양에 있는 이회사는 지난해 환자감시장치 심전계
전자혈압계(가정용) 혈당계 저주파치료기등 자사제품 4백50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수출대상국은 미국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등 선진국을 포함 모두 45개국.
가정용혈압계는 선진국으로 내보냈고 병원용의료기기는 동남아 남미등으로
수출했다.

제품별로 목표시장을 달리해 공략한 것이다. 수출물량의 90%이상을
자사브랜드로 내보내는 이회사는 혈압계로 미국FDA형식승인(92년)및
독일PTB규격승인(93년)을 획득했다.

이는 국내업체로는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미국등 선진국이 세인의
기술력을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회사는 가정용전자혈압계를 주축으로 올해는 1천만달러어치를 수출할
계획이다.

신체에서 나오는 신호를 처리,계산하는 전자혈압계는 기계와 전자공학을
결합한 메커로닉스기술이 동원되는 하이터치제품이다. 이회사는
의료용기기분야에서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핵심부품인 펌프와
압력센서등을 자체개발,지난 89년 혈압계생산에 나섰다.

세인은 오론사 AND사등 일본업체와 연간 7백만개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 올해 50만개,내년 1백만개의 전자혈압계를 수출할 목적으로
해외영업을 강화하고있다.

최태영사장은 수출물량을 늘리기 위해선 일본업체와의 한판 승부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수요가 적은 후진국시장을 공략하기보다 일본이
선점하고있는 대규모 선진국시장을 빼앗겠다는게 최사장의 마케팅전략이다.

전자혈압계가 가격 성능면에서 탄탄한 경쟁력을 확보하고있는 반면
병원용의료기기는 디자인 기능면에서 선진국제품에 뒤지는게 사실이다.
특히 휴렛팩커드 지멘스등 다국적기업이 대거 참여하고있어 영업면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는 약점이 있다.

이에 따라 사용하기 편리한 장비로 가격우위를 내세워 남미 아프리카등
후진국을 집중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제품의 특성을 감안한
전문비즈니스가 돋보인다.

이회사가 전세계를 대상으로 차별화된 수출전략을 펼 정도로 성장한데는
그럴만한 과정이 있었다.

지난 82년 설립된 이회사는 10년동안 국내시장조차 개척하기힘든
의료장비만을 개발 생산해왔다. 매출은 크게 일지 않았으나 소명의식을
갖고 이분야만을 고집해왔다.

82년 국내 처음으로 심전도감시장치를 개발한데 이어
태아감시장치(83년)심전계(84년)중앙환자감시장치(85년)
혈압감시장치(87년)혈중산소포화도측정장치(88년)를 속속 개발했다.

연세대 의용공학과와 산학협동으로 첨단 장비를 실용화한 것이다.
국내수요업체인 병원에서의 반응은 냉담했지만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최사장은 어떻게든 수익을 올려야만 지속적인 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보았다. 그래서 신규로 개발한 아이템이 가정용전자혈압계. 양산판매가
가능하고 경쟁력을 확보할수 있다는 확신에 따른 것이다.

최사장판단은 적중했다. 지난 89년 7억원에 이르던 매출이 90년
18억원,91년 24억원,92년 43억원으로 급증했다. 더디고 힘든 성장끝에
도약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회사측은 올 매출목표 80억원도 무난히
달성할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82년까지 대한전선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다 독립한 최사장의 창의성도
회사발전에 큰몫을 했다. 특히 아이템을 선정해 기획 설계 개발 제조
판매하는 종합적인 업무가 그를 이사업에 몰입케했다.

<이익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