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기작가들의 그림값이 너무나 비싸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다. 국내에서 거래되는 한국미술품 가격이 외국에서 평가되는
한국미술품 가격보다 훨씬 높다는 얘기다.

지난해 10월 뉴욕 크리스티경매장에서 열린 한국미술품 경매에서
생존원로작가들의 그림이 국내가격의 절반수준으로 낙찰된 것이
한국미술시장의 왜곡된 실상을 보여준 사례다.

몇달전 상담차 서울에 온 어느 외국인 화상의 체험담에서도 그것은
드러난다. 그는 한국중진작가들의 작품을 홍콩의 소러비나 크리스티
경매에 내놓으려고 상담을 벌였으나 값이 터무니없이 높아 이를
포기할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한국의 작가들이나 화상들이 작품값을 내려가면서 국제미술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굳이 기피하는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도사리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값을 낮춰 작품을 팔 경우 그 여파가 국내시장에 미칠
것이라는 우려에다 기존 소장자들의 행의를 피할수 없을 것이라는
계산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한국미술의 국제무대 진출을 가로 막고 있는 주된
요인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월간미술"지(4월호)에 실린 국내유명작가들의 그림값을 보면 91년9월
조사이후 전체적으로 10~20%가량 하락한 것으로 집계되었으나 그중 몇몇
작가들의 작품은 보합이거나 오히려 상승한 경우까지 있다.

이것은 한국미술시장이 수요공급의 시장원리와는 전혀 동떨어져 있는
존재임을 새삼 깨달게 한다. 더구나 2년 넘게 지속된 불황의 한파를
겪으면서도 일부 생존작가들의 작품값이 거꾸로 올랐다는 것은 어떤
경제원칙이 적용된 것인지 모를 일이다. 그림값이 계속 하락되어온
세계미술시장으 추이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물론 공급이 제한된
작고작가들의 작품이 보합세를 유지하거나 상승한 것은 그런대로 이해가
가기도 한다.

미술시장의 개방으로 국제화시대를 맞이했는데도 미술품가격구조는 여전히
우물안 개구리식의 틀만을 고집하고 있는것을 볼때 안타깝기 그지없다.
경매시장의 홀성화로 과대포장된 미술품값의 규제화를 시행해야만
한국미술의 세게화를 이룰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작품값이 깎여 손해를
보게될 미술관련자들도 거시적인 안목에서 이에 적극 동참해야할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