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리피나는 폭군 네로 황제의 어머니다.

이 여자는 사내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을 정도로 색을 밝히는
바람둥이였다. 14세의 어린 나이에 이미 친오빠와 성관계를 갖기 시작한
걸 보면 싹수 부터 그랬던 것 같다. 15세에 결혼했지만 얼마되지 않아 곧
남편과 사별한 뒤로는 본격적으로 남자사냥을 시작했다. 마음에 드는
남자가 가시권내에 들어오면 닥치는 대로 애인으로 삼아버렸다. 상대는
황제로 부터 신하 귀족 오빠 숙부외에도 애인의 동성연애 상대등 다양했다.
심지어 아들 네로가 황제에 오른뒤에는 이 아들까지 유혹해서 섹스상대로
삼았으니 우리 같은 동양사람 눈으로 볼때는 인간 같지도 않은 여자였다.

죽을 때도 흔치않은 죽음을 당했다.

네로가 뭔가 틀어져서 그녀를 죽이라고 명령했다. 집으로 병사들이
몰려오자 아그리피나는 자기 하복부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여길 찔러라. 네로가 바로 여기에서 나왔으니까"
아그리피나는 잔인한 여자였다. 살인도 밥먹듯이 저질렀다. 사형수가
처형되는 장면을 보고 즐기는 것이 취미였으니 성격도 변태였던 것 같다.

어느 날인가 아그리피나는 감옥에서 사형집행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날 따라 그녀는 하품을 해대기 시작했다. 이제 사형 집행을
보는 것도 사실 신물이 났던 것이다. 좀더 자극적인 일이 없을까. 그러다
갑자기 뭔가 생각이 떠오른듯 무릎을 쳤다. 그리고는 사형수에게 말했다.

"나는 너를 1주일 내에 사형을 시키겠다. 사형집행일은 나만 혼자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사형집행일 아침에 네가 눈을 떴을때 간수에게
"오늘이 사형 집행일이오"하고 이야기한다면 나는 너를 풀어주겠다.
이야기할 기회는 딱 한번뿐이다"
사형수는 뛸듯이 기뻤다.

목숨을 건질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난 것이다. 살아남을 확률이 적어도
7분의 1은 되었다. 그 시간부터 사형수는 머리를 굴리며 사형 날짜를
추리하기 시작했다.

"맨 마지막 날은 분명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만약 마지막 날이
집행일이라고 한다면 6일 다 보내고 그날 하루만 남게 되므로 아침에 내가
그날이 사형집행일임을 쉽게 맞힐 수 있다. 따라서 황비가 바보가 아닌한
마지막 날을 사형일로 잡지는 않을 것이다"
사형수는 기분이 좋아졌다. 이제 남아있는 것은 6일이었고 그걸 맞힐
확률이 6분의 1로 커졌던 것이다. 사형수는 6일째날도 제외시켜 버렸다.

"앞으로 5일이 지나면 6일째와 마지막날 둘이 남는다. 마지막 날은
사형일이 아님은 앞서 따져본것과 같으므로 6일째날 밖에 남지 않는다.
따라서 황비가 바보가 아닌한 이날도 사형집행일로 잡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확률은 5분의 1로 더욱 커져버렸다. 사형수의 기쁨은 그 만큼
커졌다. 사형수는 이런식으로 하루씩 사형집행일을 제쳐 나갔다.
살아남을 확률이 점점 커져갔다. 그러나 사형수의 기대와는 달리 결국
사형집행일에 그는 사형되고 말았다.

왜 그렇게 됐을까. 아그리피나는 물론 사형수와 한 약속을 지켰다.

<답> 하루씩 제쳐 나가다 보니까 1주일 모두를 제외시켜 버렸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