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출범될 유선TV방송(종합유선방송)의 시장규모가 1조원으로
추정되어 왔다. 그 규모만 본다면 모든 기업이나 사람들이 군침을 삼킬
정도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같은 존재로 생각될수 밖에 없다.

선진국들의 유선TV가 거쳐온 길을 되돌아 볼때 가까운 미래에 기대하는
만큼의 결실을 가져다 줄지 우려되는바 없지 않다.

유선TV방송이 가장 발달한 미국의 경우 그 가입률이 70년의 7. 5%에서
91년의 60. 2%로 늘어날때까지 무려 20여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막대한
투자를 한 유선TV방송사들이 오랫동안 큰 손실을 감내해 왔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물론 시청자들 대부분이 기존TV의 난시청 해소를 위한
중계용으로,또 방송자체의 새로운 프로그램을 일방적으로 받아 보는 용도로
유선TV를 이용한 것이었을뿐이다.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유선TV의 개념은 그것과는 다르다. 난시청해소
수단이나 새로운 프로그램을 받아 보는 것 이외에 가입자 자신이
필요로하는 프로그램이나 정보를 마음대로 선택해 받아 볼수 있는 "쌍방형
유선TV"를 포괄한 종합유선방송이다. 고도정보화사회 실현의 야심찬
계획인 것이다.

일본정부가 지난 83년 내놓은 "텔레토피아 도시구상"의 실천과정을 보게
되면 황금알이 그렇게 쉽게 얻어질수 없음을 실감하게 된다.

86년 동경도에 있는 팔왕자시를 그 구상의 표본도시로 지정했다. 그
2년뒤 도시형 종합유선방송회사인 팔왕자텔레미디어가 개국되었으나
시민들의 반응은 기대를 훨씬 밑돌았다. 유선TV보급율이 당초 예상했던
목표의 20%정도에 지나지 않아 날이 갈수록 적자가 누적되었던 것이다.

일본정부의 적극적인 장려책으로 지금은 전국에 149개국이 허가되어
130개국이 방송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러나 그중 10%정도만이 흑자를 내고
있을뿐 그 나머지는 적자의 수렁에서 허덕이고 있다. 개국시 수10억엔에
이르는 거액을 투자한데다 가입자 확보가 너무나 부진했기 때문이다.
전국의 가입자수는 겨우 80만가구. 시작한지 3년밖에 안된 NHK위성방송의
가입자 490만에 비해 본다면 너무나 열세다.

정보화사회 마인드가 널리 뿌리를 내리지 못한 우리의 환경을 헤아려
유선TV방송투자에 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