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엔 대형업체 자재.구매과장들로 구성된 건자회라는 모임이 있다.

건자회의 회장을 맡고있는 대림산업의 김종호과장. 그에겐 요즘 걱정스런
날들이 많다. 일부이긴 하지만 건자재 사기가 부쩍 어려워지면서 혹시나
이게 건자재파동으로 연결되는건 아닐까 해서다. "건설경기가 수그러들기
시작했던 91년부턴 호시절이었지요. 웬만한 자재는 남아돌았거든요.
"앉아서"마음대로 골라샀단 말입니다"
김과장이 호시절이었다는 것은 요즘의 상황이 그만큼 안좋다는 뜻이다.
물론 이말은 감각적 냄새가 짙다. 통계수치가 뒷받침된 것이 아니고 오랜
현장경험에서 우러나온 "판단"일뿐이다. 그러나 김과장만 이런 "판단"을
하고 있는 건 아니다. 건자회 다른 회원들 판단도 대동소이하다.

대표적 건자재인 철근과 레미콘의 수요동향을 보면 적어도 그런 생각이
든다.

철근의 수급은 특히 심상치 않다. 지난해 연말부터 "물량부족사태"를
빚으면서 값도 3개월새 20%나 뛰었다. 건자재 대리점의 철근사재기
때문탓으로 돌릴수도 있으나 대리점이 "사재기"하는 것 자체가 바로
앞으로의 수요증가를 뜻한다. 좀더 확대해석 하자면 건설경기가 일어날
것이라는 예고이기도 하다.

레미콘시장도 "꿈틀"하고 있다. 우선 생산업체의 가동률이 높아졌다.

작년겨울 가동률이 40%로 뚝 떨어졌던 국내 최대규모의 쌍용양회
레미콘생산공장들이 이달들어 활기를 띠고있다. 가동률이 70%대까지 뛰어
올랐으니 경기는 호흡을 가다듬고 있는게 분명하다.

여러가지 통계중 일부이긴 하나 건설경기가 꿈틀거리고 있다는 것은
수치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건설부가 허가한 상업용 건축물 면적이
늘고있는 것도 그징후의 하나다. 1~2월중 허가면적이 4백73만4천 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백98만9천 보다 무려 1백38%나 늘어난
수치다.

2월말현재 전체 건축허가면적도 92년 같은기간의 1천6백33만7천 보다 4.2%
증가한 1천7백3만1천 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 경기의 호전"을 아직은 속단하기 힘든 면도 적지않다.
더구나 상업용 건축물을 중심으로한 투자증가만을 가지고 건설업전체
경기를 논하는 데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경기가 전반적으로 기지개를
켜고있느냐의 여부는 누가 뭐라해도 공업용 건축허가면적을 따져봐야 한다.
기업들이 공장증설에 달려들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지표로 쑬수있기
때문이다. 올들어 2월까지 허가된 공업용 건축면적은 1백1만 였다.
작년보다 25.8% 줄어든 경기가 지금도 "겨울"임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일부 건자재 수요와 상업용 건축허가면적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일종의 반짝경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계절적 요인에다 최근의
건축규제완화조치가 건설경기를 잠시 건드렸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오고
있는 것같다.

이같은 지적은 부동산시장의 움직임과도 맥을 같이한다. 부동산시장은
거래가 "올 스톱"된 상태에서 아파트미분양물 역시 줄어들 낌새가 없다.

이렇게 보면 건설을 매개로 들여다 본 현재의 경기는 한마디로 진단서를
떼기가 어렵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밖에 없다. 인위적(규제완화)부양에
자극되고 있는 건 사실이나 건설시장의 기저가 달라지려면 상당한 시간을
요한다고나 할까.

<이정환.박주병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