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연구개발 과제를 선정하기 전에 반드시 시장수요예측이 선행돼야
합니다"
휴대용 VTR및 DAT(디지털 오디오 테이프)용 내마모성 드럼 소재를 개발한
한국기계연구원의 강석봉박사는 수요예측이 빗나가 애써 개발한 제품이
빛을 보지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강박사는 지난90년 2년여의 연구끝에
제품개발에 성공했으나 국내수요가 워낙 미미해 상업화로 연결되지 못했다.

휴대용VTR및 DAT의 국내 연간생산규모는 3천~4천대정도. 여기에 들어가는
드럼부품소재는 연2~3 에 불과하다.

따라서 10억원이상의 설비투자를 들여 드럼소재를 기업화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신기술이 상업화가 되지못하는 이유는 비단 빗나간 수요예측에만 있는것은
아니다.

후속 연계기술의 미비하다든지 또는 외국의 덤핑공세로 경쟁력을 상실해
상업화를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요업기술원 최용식박사의 경우는 후속공정이 개발되지않아 상업화를
시키지못하는 케이스에 속한다.

최박사는 지난90년 도자기 원료인 점토와 고령토의 품질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킬수 있는 정제기술을 개발했다. 이기술은 특허까지 따낸 세계적
기술.

그러나 정제에 필요한 침하장비등이 개발되지않아 상업화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있는 상태다.

또 공업기술원의 오청응용계측과장이 개발한 마이크로 비커스
경도시험기는 일본의 덤핑으로 상업화가 중단되고 있는 경우에 속한다.

마이크로 비커스 경도시험기는 금속표면 도금등의 경도를 계측하는 기기.

지난89년 이기기가 개발되기전까지는 일본의 미쓰도요사가 전량
국내공급해왔다. 국내 생산이 가능해지자 미쓰도요사는 대당
1천5백만원하던 판매가격을 8백만원대로 내려 덤핑공세를 취했다.

결국 이기기의 생산을 말았던 대경정밀은 이가격대로는 수익성을 확보할수
없어 생산을 포기해야만했다. 대경정밀은 신제품 생산으로 도약을 꾀할
계획이었으나 오히려 법정관리로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덤핑공세를 가장 무서워하고있다. 한번 손을 잘못
대면 회사가 망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반덤핑제소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있으나 절차가 복잡하고 자료입증이 곤란해 실효를
거두지못하고있다.

외국의 덤핑공세로 곤욕을 치르고있는 기업은 이회사만이 아니다.

(주)카스의 상업용저울,조광전기의 라디오팩시밀리리시버,창성기업의
정전기제거용브러시등 무려 53개품목에 50여개사가 덤핑공세에 시달리고
있는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있다.

이처럼 빗나간 수요예측,외국의 저가공세,후속연계기술의 미개발등이
신기술의 상업화를 가로막는 대표적 저해요인으로 꼽히고있다.

그러나 업계는 상업화하기전에 가장 중점을 두고 검토해야될 사항은
무엇보다도 시장성이라는 것을 강조하고있다.

산기협이 최근 기업체를 대상으로한 조사에서도 자료에 응답자의 57.8%가
수익성을 중시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조사는 또 시장경쟁상
실패요인으로 시장진입 타이밍이 맞지않거나 제품의 차별적 특성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시장수요패턴은 계속 바뀌기때문에 한번 개발에 성공했다고 해서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됩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김광배실장은 연구기관 또는 개발자의 후속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실장의 지적은 기술을 개발한 사람이 그 기술의 미비점과 개선여지를 더
잘알고 있으므로 최초의 개발자를 참여시킨 산.학.연협동으로 후속기술의
개발에 신경을 써야한다는 설명이다.

<이기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