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라이트라는 건축가가 어느날 법정의 증인석에 서게 되었다.
재판관이 그의 직업을 묻자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건축가"라고
선뜻 대답했다. 증언이 끝나고 법정밖으로 나오자 한 친구가 그에게 "자기
소개가 너무 지나쳤던게 아니냐"고 하자 "사실은 그냥 건축가라고 대답하려
했는데 그직전에 "진실을 숨김없이 말해야 한다"고 선서를 했기 때문에
정직하게 직업을 밝힐수 밖에 없었다"고 그는 대답했다. "이름"(명성)에
대한 넘쳐흐르는 프라이드를 느끼게 한다.

이름은 곧 생명이요,자신의 근원이라고도 한다. 사람의 생명은 빼앗을수
있지만 이름은 빼앗을수 없다는 영국의 속담도 있다. 그래서 우리의
조상들도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고
했다. 이런 생명보다 더 소중한 이름에 시비가 걸려왔다.

우리 사회에서 차분히 번져온 한글이름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슬기 하늘
아람등 남자이름과 단비 보람 하나와 같은 귀여운 여자이름과 같이 한
단어식 이름은 괜찮으나 박차고 나온 노미 옹달샘,김 가까스로 얻은 노미등
"서술식" 새 이름은 "불가"라는 것이다. 호적사무를 관장하는 대법원이
"호적사항 처리지침"을 만들어 전국에 시달,6자이상(성포함)의 긴이름과
한자와 한글을 섞어쓰는 혼용이름을 호적에 싣지 못하도록 지시했다.

새형태의 이름중에 장난기가 섞여 있다는 것과 너무길어 전산화업무에
지장을 가져온다는게 "불가"의 이유라 한다.

한마디로 말도 안되는 대법원의 성급한 판단이다. 귀한 자녀의 이름을
짓는 부모의 입장에 장난기가 끼여들 이유가 없으며(있다하더라도 대법원이
시비를 걸 일은 더욱 아니다) 6자이상이 아니라 수십자의 이름도
외국에서는 척척 전산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이웃나라에서는 같은
한자를 10여가지 이상으로 제각기 발음해도 그나라의 대법원은 간섭할
생각을 아예 않고있다.

엊그제 새 대통령이 취임한날 아침에 태어난 아들의 이름을 "새민간인
대통령이 탄생한 귀한날에 태어난 노미"(약칭 새귀남이)라고 했다해서
대법원이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