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물건을 쓴다.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보내고, 커피를 마시고, 화장지를 쓴다. 하지만 그 물건들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져 우리 손에 들어오는지 묻는 일은 드물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제조업연구소 소장 팀 민셜이 쓴 신간 <우리의 삶은 제조된다>는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물건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경로를 거쳐 우리에게 오는가.” 이 단순한 물음은 곧 우리가 사는 세계의 구조를 다시 보게 만든다.책이 보여주는 제조업의 세계는 거대하고 정교하다.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 데 수천 리터의 물이 쓰이고, 스마트폰은 수많은 국가를 거쳐 지구를 몇 바퀴나 도는 여정을 지나 손에 들어온다. 케이크, 화장지 같은 일상용품부터 비행기와 의약품까지, 거의 모든 물건이 글로벌 네트워크 속에서 생산·운송·소비된다. 이 시스템은 너무나 잘 작동하기 때문에 평소에는 존재조차 의식되지 않는다. 저자가 이를 “하수처리 시스템처럼 보이지 않는 필수 인프라”라고 표현한 이유다.그러나 문제는 이 정교함이 동시에 취약성이라는 점이다. 책은 현대 제조업이 추구해온 ‘저비용·고효율’ 전략이 초래한 구조적 약점을 낱낱이 짚는다. 2020년 코로나19 당시 전 세계를 강타한 ‘화장지 대란’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사람들은 “공장이 멈춘 것도 아닌데 왜 휴지가 없느냐”고 의아해했다.원인은 ‘아웃소싱’과 ‘재고 최소화’에 있었다. 사무실과 공공시설에서 쓰이던 상업용 화장지 수요는 줄고, 가정용 수요는 급증했지만 생산 라인을 즉각 전환하기는 어려웠다. 상업용과 가정용 제품은 규격과 포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공
대낮의 길 한복판에서 두 여자가 마주쳤습니다. 서로를 노려보는 두 사람. 파블로 피카소(1881~1973)가 양다리를 걸친 여성들이었습니다. 한 명은 피카소와 먼저 만나 아이까지 낳은 여인. 다른 한 명은 피카소의 새 애인이었습니다.“내 남자 곁에서 썩 꺼져!” “헛소리 하지 마!”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던 두 사람은, 결국 서로를 밀치고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피카소는 이 싸움을 말리기는커녕 낄낄 웃으며 말했습니다. “둘이 싸워서 이긴 사람한테 갈게.” 훗날 피카소는 이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하며 말했습니다. “내 인생 최고의 기억이었지.”현대미술의 신(神)과 같은 존재, 천재 화가 피카소. 그의 삶은 이처럼 다른 여성들의 사랑과 눈물, 분노로 얼룩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단순한 가십거리로만 여길 수는 없습니다. 이런 연애사는 그의 작품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피카소는 연인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영감을 얻어 그림을 완전히 바꿨고, 변화무쌍한 화풍을 통해 위대한 작가가 됐습니다. 지난주 1편에서 이어지는, 그의 사랑과 그림 이야기. 발레리나 손을 잡고 상류 사회로여자친구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피카소는 오래 슬퍼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1917년 발레단의 무대 장식과 의상 작업을 맡기 위해 이탈리아 로마로 건너간 그는, 두 번 사랑에 빠졌습니다. 한 번은 라파엘로와 미켈란젤로 등 르네상스 거장들의 원작 명화에 푹 빠진 것. 다른 하나는, 발레단의 발레리나였던 올가 코클로바와의 사랑이었습니다.우크라이나 명문가 출신인 올가는 피카소보다 열 살 연하의 우아한 여성이었습니다. 그녀와 피카소는 서로 만나자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