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운대 부정입학과 관련된 상당수 학부모, 브로커들은 경찰이 이들을
연행하기 불과 몇시간 전 잠적하는 `기민함''을 보였다.
경찰이 압수한 컴퓨터 디스켓에서 이름을 찾아내 검거에 나선 6일 오전
이들은 `사업차 출장'' `여행'' 등의 명목으로 집을 떠나 자취를 감췄다.
경기도 여주에서 도자기를 만드는 고려도요사 사장 지수구씨는 이날 도
자기 제조용 흙을 구입한다며 진주에 내려갔고, 동양나이론 부사장 백영
배씨는 이날 새벽 부인의 승용차로 가족을 모두 데리고 행방을 감췄다.
백씨는 사무실 여비서에게 "자신을 찾는 전화가 오면 무조건 없다고 하
라"고 단단히 일러놓았다.
한국의 알짜 갑부들만 사는 동네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유엔빌리지에
사는 대주산업 사장 정은섭씨는 가족과 함께 도망가면서 안전경비 주식회
사인 세콤에 연락해 "집 잘봐 달라"는 부탁을 잊지 않았다.
천호동에서 약국을 경영하는 이동진(53)씨와 동대문시장에서 포목상을
하는 이재근씨도 갑자기 제주도로 부부동반 여행을 떠났다.
부정합격자 학부모 42명 중 경찰에 붙잡힌 19명이 대부분 자영업자 등
이고, 재벌 기업체 계열사 부사장, 전직 고위공무원 등 `거물''급은 잡히
지 않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7일 현재 경찰에 공식 수배된 학부모 14명, 브로커 11명 등 25명 외에
아직 명단이 밝혀지지 않은 올 전기대 부정합격자 학부모 10명과 브로커,
92년도 또 그 전년도에 저질러졌을 1백여명의 학부모 등도 지금 `여행을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심각히 고민하고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