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상 지켜온 "컨테이너생산 세계1위"는 무너지는가.

우리나라는 지난81년 세계1위 컨테이너생산국으로 발돋움한이래 88년에는
세계에서 생산된 컨테이너의 절반가까이를 공급했으나 그후 해마다
시장점유율이 떨어져왔는데 올해는 생산량자체가 줄어들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88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3.3%의 생산증가율을 보인 반면
중국및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등 동남아국가들은 연평균 60%이상의
발빠른 신장세를 기록하면서 우리업체의 수출시장을 빼앗고 있다.

작년하반기이후 컨테이너 신규발주량이 줄어들고있는데다 값싼 노임을
앞세운 중국및 동남아업체들의 맹추격으로 국내업체들의 어려움은 올들어
더욱 가중되는 양상이다.

국내업계는 해운사들과의 연간구매계약이 끝나는 시점인 연말께는 통상
6~9개월치의 일감을 확보했었으나 올해는 예년과 달리 3개월분의
수주잔량을 갖고 새해를 맞았다. 올해 세계컨테이너 신조수요는
지난해보다 15% 줄어든 35만TEU에 그칠 전망이다.

이때문에 현대정공 진도 효성금속 흥명공업등 6개 컨테이너업체들은 올해
수출목표를 지난해보다 평균 27.1% 줄어든 25만6천7백TEU(20피트짜리
1개단위)로 잡고있다.

현대정공의 올해 목표는 지난해 실적보다 29.7% 줄어든 12만1천TEU다.

진도는 25%가량 줄인 5만3천1백TEU,효성금속은 15.2% 낮춘
4만1천9백TEU,흥명공업은 10.8% 감소한 2만6천2백TEU로 잡고 있다.
6개업체 모두 올해목표를 지난해보다 줄였다.

현대정공은 컨테이너 수출채산성 악화를 감안,올해 일체의 신규투자를
중단할 방침이며 2교대작업을 1교대로 전환하고있다.

국내 컨테이너 총생산능력은 35만TEU. 따라서 6개업체가 올해 수출목표를
25만6천TEU로 잡고있다는 것은 목표가동률을 70%로 잡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처럼 컨테이너업계의 전망이 우울하기만 한것은 국내
경공업제품수출부진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컨테이너를 주요
운송도구로 사용하는 섬유 신발 완구등 경공업제품수출이 갈수록 줄고있는
점이다. 컨테이너사용비중이 줄어들게 마련이라는 얘기다.

해운항만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컨테이너 입.출항편차,즉 컨테이너소요량은
88년이후 매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88년에 입항한 컨테이너는 74만6천TEU에 불과한 반면 출항한 컨테이너는
1백13만6천TEU로 39만TEU의 편차가 있었다. 최소한 그만큼은 해운사등이
컨테이너를 국내에서 사야했다.

그러나 편차는 89년 27만5천TEU,90년 23만8천TEU에서 지난91년에는
17만9천TEU로 줄었고 지난해도 감소추세는 지속됐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있다. 우리나라에서 싣고 나갈 물량이 감소해서이다.

업계는 엎친데 덮친격으로 중국및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등
동남아국가들의 생산능력이 90년이후 꾸준히 늘고있어 뒤를 돌아봐야할
입장이 됐다.

중국의 컨테이너생산은 90년 4만2천TEU,91년 9만5천TEU,지난해는
12만TEU에서 올해는 18만TEU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고있다.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등 동남아 4개국의 생산능력도 지난해
모두 48만8천TEU에서 오는 95년까지 65만TEU로 확대될 전망이다.

중국및 동남아생산업체들은 저렴한 인건비를 내세워 물량수출공세를
펼치고 있다.

우리업체들이 20피트짜리 스틸컨테이너 1개를 만들때 들이는 인건비는
시간당 1만3백원이다. 제조원가의 17%를 차지한다.

반면 태국은 같은기준으로 1천7백30원,중국은 9백90원으로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 2%에 불과하다.

저임금의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및 동남아생산업체들은
덤핑공세로 TEU당 국제가격마저 떨어뜨리고 있다.

국제가격은 89년 TEU당 최고 2천9백달러까지 치솟은 적이 있으나 최근
들어서는 2천4백~2천5백달러선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들어 태국등 일부 동남아생산업체들은 재료비및 노무비에도 못미치는
2천달러이하의 덤핑물량도 쏟아놓고있어 가격조건은 더욱 나빠질 전망이다.

정부의 수출드라이브정책에 힘입어 지난74년부터 시작된 컨테이너제조업이
20년만에 기로에 서게 된 셈이다.

<김호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