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공5년은 도로 항만등 사회간접자본시설 투자부족으로 인한 "병목현상"이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된 시기였다.

단순히 러시아워 교통체증의 범주를 넘어 운송지연과 항만하역및
선적적체,전력.용수부족등 기반시설 전반에 걸친 부족현상까지 나타나
국가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최대의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
설문조사에서는 물가고와 정치불안등을 제치고 극심한 교통체증이 가장
긴급한 민원사항으로 지적될 정도였다.

그만큼 기반시설부족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이 집중된 것도 이시기였다.
사회간접자본시설(SOC)확충을 위한 투자규모를 크게 늘렸고 재원확보를
위한 제도개선도 시도됐다. 대통령 직속으로 사회간접자본 투자업무를
총괄하는 투자기획단을 설치하는등 통치권차원의 의지가 실리기도 했다.

그러나 늘어난 투자규모가 더욱 빠른속도로 증가하는 수요를 따르지 못해
상대적인 투자부족현상은 여전히 지속되고있을뿐 아니라 수도권집중억제등
근본적인 수요분산정책과 연결되지 못해 6공의 사회간접자본 확충대책은
력부족에 그치고 말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사실 외형상의 실적치만 돌이켜보면 그 어느 정권보다 SOC에 대한 투자가
많았다는 점을 부인할수 없다.

88~92년 기간동안 도로 철도 항만 공항 용수 전력 통신시설등에 투자된
재원은 54조6백80억원,83~87년까지의 26조6천4백40억원에 비해 2배이상
늘어났다. 이중 도로와 철도신증설사업비는 3배,항만과 공항건설투자는
2배,광역상수도 발전소건설비등은 50~90%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단순히
규모만 늘린 것이 아니고 GNP(국민총생산)대비 SOC투자비 규모를 87년
5%에서 작년에는 7.5%까지 높여 정책적 배려를 기울이기도 했다.

개별 사업으로 보아도 서울~수원간 경부고속도로및 경인고속도로
확장,부산항3단계 컨테이너부두완공,합천 주암 임하댐 완공등의 실적을
남겼다. 영종도신공항 경부고속전철 서울및 부산지하철연장사업등 굵직한
대역사가 착공됐다.

그 결과 도로의 길이가 지난 87년 1만8천6백91 에서 작년에는 2만4천
,항만하역능력은 1억5천만t에서 2억5천만t,발전량은 7백40억 에서
1천3백27억 ,상수도공급능력은 1일 1천2백61만t에서 1천8백10만t등으로
확충됐다. 같은기간 하수처리율이 25%에서 35%,지하철수송분담률이
5.1%에서 9.4%,국도포장률은 79.5%에서 97%로 높아져 국민생활지표가
개선되는 조짐을 보인것 또한 사실이다.

신규재원부담을 줄이면서 항구적인 재원조달을 위한 제도개혁도 추진됐다.
토지보상비 산정시점을 보상착수시점에서 사업계획확정시기로 앞당기고
비업무용토지나 부재지주토지에 대해서는 일부를 채권으로 보상토록 한
것등이 그 사례이다. 또 도시철도사업 특별회계와 도로사업특별회계
지방양여세특별회계를 신설해 중앙정부 재정의 일정몫이
사회간접자본시설투자에 투입되도록 제도화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SOC전반의 극심한 체증현상은 지금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게 사실이다.

도로의 경우 86년이후 91년까지 23%의 신증설이 이루어졌으나 차량은 무려
3.3배로 폭증했다. 연간평균으로 치면 도로는 매년 4.3%씩 늘어난데 비해
차량은 26.6%씩,일일교통량은 41.5%씩 늘어났다. 철도역시 궤도신설은
연평균 0.7%씩 늘어난데 비해 화물수요는 2.2%,여객수요는 4.4%씩 늘어났고
수도권 전철도 계속된 증차와 노선확장에도 불구하고 정원초과비율이 3배에
이르고 있다.

항만도 적체화물량이 86년 4천만t에서 91년에는 5천2백만t으로 증가했고
공항은 수용능력 확장속도(연평균 5.4%증가)가 여객증가추세(18.7%)의
3분의1에 그쳤다. 비교적 사정이 좋았던 용수도 시화 울산 전남지역등에서
공급부족현상이 빚어지고 있고 전력예비율은 89년 18.7%에서 최근에는
5%대로 떨어져 여름철이면 제한송전위기를 아슬아슬하게 넘기는 실정이다.

결국 상대적인 수요증가를 충족시키는데 실패해 사정이 오히려 악화됐다고
볼수 있다. 여기에다 국토구조개선과 요금현실화등 수요감축시책이
뒷받침되지 못한 것이 사정을 악화시킨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수도권과 대도시집중을 완화하겠다는 구호를 끊임없이 주장했으나 산업과
인구의 대도시집중현상은 오히려 가중되고 말았다. 이는 6공중반기
대통령직속으로 지역균형발전기획단을 설치했다가 아이디어만 제시한
상태에서 해체시켜 버린것과도 무관치 않다. 통치권차원의 의지가
실종됨으로써 그만큼 추진력이 약해졌다는 얘기다.

제조업경쟁력강화라는 또다른 목표에 부딪쳐 수도권 이공계대학의 정원을
늘린 대목이나 공공기관지방이전을 추진하다 벽에 부딪친게 그사례다.
더욱이 민주화에 따른 집단이기주의가 만연했으나 이를 다스리지 못해
재원확보방안이 대부분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휘발유특소세를 올려 목적세로 바꾸는 방안이나 지방자치단체별
특별세신설,각종 공공요금현실화등이 다른 목표에 밀리거나 주민반발등을
이유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민간기업의 SOC투자를 유인하기 위한
특별법은 특혜시비를 이유로 입안단계에서 백지화되는 해프닝이 빚어지기도
했다.

다시말해 6공은 SOC확충이 시급하다는 "총론찬성"의 공감대를 형성해
놓고도 부담증가를 거부하는 "각론반대"를 돌파하지 못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평가할수 있다. 6공에서 형성된 공감대를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 차기정부로 넘겨진 과제라 할수 있다.

<정만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