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은 "에비!"하면 울음을 뚝 그친다. 에비가 그만큼 무서운
것이다. 에비는 곧 역신이다. 웬만큼 몸이 아파도 병원은 한사코
멀리한다. 거기엔 무서운 주사바늘이 있고,"미운 간호부"와 쓴약이
있기 때문이다.

어른들도 을씨년스런 병원이 어린이들에게 가까이 느껴질리가 없다.
한 간호원이 펴낸 동화책이 화제가 되고있다. 이대병원 백성희씨(29)
의 "선생님 이번엔 꾀병이 아니예요"가 그것이다. 어른이 읽어도 좋을
이책은 아이들이 걸리기 쉬운 병의 예방법을 재미있고 유익하게 설명해
준다.

이미 "선생님 더 달콤한 약은 없나요"도 펴낸바 있고,동화 "바위에 핀
꽃"으로 "새벗"문학상까지 받은바 있는 그는 간호원의 현장체험을 살려
계속해서 의학동화를 시리즈로 엮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금까지의 동화는 주로 어린이의 학교생활에 치우쳤던 점을 생각할때,
소재의 폭이 넓혀질수록 좋은건 아닐까. 약에 사탕발림을 하면 어린이의
복용이 수월하다. 잘 걸리는 병의 예방법을 재미있게 익힐수만 있다면
일석이조의 효과라 하겠다.

군말없이 쓴약도 먹고 재미있게 책도 읽어가면서 건강을 지키는 방법..

백씨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어렸을적에 할머니 무릎에서 들은 재미난 얘기가 학문의 기초가 되고,
정서의 씨앗을 뿌린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나그
네의 옷벗기기 경쟁에 나선 태양과 삭풍,사자의 은혜를 갚는 새앙쥐,얼
어죽을뻔한 뱀을 동정하다가 보답은커녕 죽음의 수렁에 빠지게 되는 농
사꾼의 얘기등은 어른이 된 지금에도 삶의 지혜와 교훈으로 남아있다.

이솝우화는 주로 동물세계를 통하여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동화는
한마디로 "세상살이의 병법"이다.

동화를 모르고 자란 어린이는 황량한 정신세계를 지닌다. 어쩌면 현대
의 불안은 동화결핍증에 있는것도 같다. 작가는 많으나 소재의 폭이 비
좁은 느낌이다. 앞으로는 보다 현실감각이 뛰어나고 체험의 전문성을 살
린 다원화된 동화들이 어린이들의 책꽂이를 차지했으면 싶다. 비단 어른
뿐만 아니라 어린이들마저 성인병에 걸리기 쉬운 세태속에서 모처럼 "동
화로 쓴 병원"이 나온건 반가운 일이다. 동화의 기법도 소재도 새로워져
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