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평소에 자주 찾는 산은 서울과 가깝게 있으면서도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고 있는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등이다. 이곳을 자주 찾다보면 가끔
같은 직장동료를 산행중에 만나게 되고 만나면 직장내에 동호인 모임을
갖자는 얘기를 곧잘 하곤 했다. 이럴무렵 정부에서도 공무원들의 건강과
여가선용을 위한 동호인모임 결성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계기가 있어
90년10월 "총리실 산악회"를 결성하게 됐다.

처음엔 50여명으로 출발한 것이 지금은 70여명으로 늘어났으며 햇수로도
벌써 3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그동안 총리실산악회는 업무특성상
전체회원이 모이는 행사는 기껏해야 분기별 1회 정도에 그쳤으나 시간이
나는 회원들끼리는 서로 연락해서 자주 산을 찾고 있어 지금까지 정기모임
12회와 매월 2회이상 꾸준히 모이는 비정기 산행을 합치면 벌써 50여회를
넘긴 것 같다.

지금도 잊지 못하는 산행추억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아무도 밟지않은
첫새벽 눈길을 허리까지 빠지면서 6시간이상을 걸었던 겨울 명성산,별
준비없이 갔다가 먹을 물이 없어서 탈진,하산길에 계곡물을 게걸스럽게
마셔댔던 여름 명지산,회원 한명이 쓰러져 험한 하산길을 교대로 업고
내려와야 했던 남설악 점봉산,자옥한 안개를 헤치며 새벽등반 재미를
만끽했던 오대산과 소백산,갑자기 내리는 폭설속에서 어처구니 없게 길을
잃었던 첫눈 내리던 북한산 산행등 이제는 제법 아끼고 싶은 추억과 애환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새로 부임하신 현승종총리님이 등산경력 40년의
베테랑 산악인인 것은 총리실 산악회의 새로운 기쁨이다. 웬만한 등산객이
4시간 산행길로 치는 춘천근교의 험산인 삼악산을 2시간이면 답파하신다는
현총리님을 모시고 근교 등산이라도 할 기회를 갖게 된다면 우리에겐
잊을수 없는 가장 소중한 추억이 될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산에 올라가는 것을 오로지 체력단련하는 기회로만 여기는
경우도 있지만 산을 좋아하고 그저 오르다보면 건강은 그냥 얻어지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 산악회에서는 회원들 모두의 뜻이 굳이
높고 어려운 산을 찾으려고 하지않고 경치가 수려하고 인적이 그리
많지않은 산을 선호하며,산을 오를때에도 마치 기록경기라도 하는 것같이
땅만 보고 올라가는 산행은 하지않는다. 되도록이면 주변경관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회원들끼리 준비해간 간식도 들며 평범한 얘기들도 재미있게
나누면서 간다. 간혹 어떤 회원이 준비해 온 몇잔 안되는 술로 정상주라도
할라치면 그렇게들 좋아할수 없다.

앞으로는 우리 직장회원간의 우의를 다지는데에 더욱 주력하면서 다른
공직자 모임이나 일반 산악회모임과도 산행을 같이 할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산을 좋아하는 여러 산악인들과의 교류도 넓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