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협상의 연내타결은 사실상 물건너갔다. 협상의 장기화는 불가피해졌다.

기대를 모았던 미.EC간 농산물협상이 끝내 실패로 돌아감에 따라 UR장래는
먹구름으로 덮였다.

1일부터 3일간 계속된 미.EC회담은 연내 UR타결의 마지막 기회였다.

15개분야로 지난 86년9월에 시작된 UR협상은 미국과 EC가
농산물보조금감축문제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공전을 거듭해왔다.

농산물분야는 전체UR협상의 하나에 불과하지만 핵심협상국인 미국과 EC의
견해차가 너무 커 다른분야의 협상진전을 가로막아왔다.

농산물협상이 먼저 타결돼야만 다른 협상들도 술술 풀려 전체협상이
매듭되도록 되어있는게 UR협상의 현상황이다.

농산물협상의 쟁점은 각종 농산물보조금의 감축폭과 보조금이 지급된
농산물의 수출물량삭감폭이다.

농산물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미국은 대폭적인 삭감을 주장한 반면
EC는 역내농업의 피폐화를 우려해 소폭삭감을 요구했다.

미국은 91년12월에 나온 둔켈초안(UR합의안)대로 농산물의 수출보조금을
36%줄이고 보조금이 지급된 농산물의 수출물량을 24% 삭감할것을 주장했다.
EC는 보조금액삭감폭도 너무 크지만 특히 24%의 수출물량축소는 도저히
받아들일수 없다고 맞섰다.

이런 와중에서 연초에 오일시드(oil seed)분쟁이 터져나와 농산물협상은
더욱 수렁속으로 빠졌다. 콩 해바라기씨같은 기름을 짜는 유량종자인
오일시드는 원래 UR농산물협상의 의제가 아니었다.

그런데 미국이 오일시드보조금문제를 UR농산물협상타결의 전제조건으로
삼자 마치 "오일시드협상=UR농산물협상"인 것처럼 돼버렸다.

미국은 EC가 수출보조금을 지급한 오일시드를 미국등 11개국에
수출,총20억달러의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EC에 20억달러의
피해보상을 요구하면서 EC의 오일시드생산을 지금의 연간 1천3백만톤에서
9백만톤이하로 줄이도록 압력을 넣었다.

EC는 그러나 피해액이 4억달러정도이며 미국의 오일시드감산요구폭은 너무
크다고 반발했다.

매디건미농무장관과 맥셔리EC농업위원장은 이번회담에서 오일시드감산폭을
놓고 장시간 협상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에따라 밀 옥수수등
다른 농산물의 보조금삭감문제를 깊이있게 건드려보지도 못한채 회담은
결렬됐다.

이제 UR의 장래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회담결렬직후 매디건미농무장관은
오일시드마찰이 해소되지 않았기때문에 EC에 대한 무역보복조치를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맥셔리위원장도 미국이 그동안 위협해온
10억달러어치의 대미수출품에 1백%의 보복관세를 부과하면 EC도 즉각
상응하는 보복조치를 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려돼오던 미.EC간 전면적인 무역전쟁이 현실로 다가와 살벌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다 낙선한 부시가 남은 임기중에 UR협상타결에 힘을 쏟을 것
같지않다. 또 클린턴대통령당선자는 국익을 가장 우선에 둘것으로 보여
UR협상에서 상대측에게 양보할것 같지않다.

이때문에 UR협상은 앞으로 2년가량 더 연장되고 협상과정은 지금보다 더욱
험난해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는 UR협상타결이 또다시 장기간 지연될수 밖에 없어짐에 따라 큰
충격을 받을것으로 우려된다.

UR목표는 세계교역을 자유화시키는 것이다. 교역자유화를 통해 지역화
불록화로 나아가고 있는 세계보호주의 추세에 제동장치역할을 할 참이었다.

세계경제전문가들은 UR지연으로 세계는 보호주의 경향이 강해지고 각국간
무역마찰이 많아질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에따라 국제교역은 위축되고
선진국들의 경제협조체제가 무너져 침체에 빠져있는 세계경제의 회복
속도는 둔화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UR이 타결되면 세계교역액이 연간 2천억달러가량 더 늘어나게
된다는 계산을 내놓고 있다. 이는 작년 세계상품교역액(3조5천3백억달러)
의 약6%이다.

결국 UR결렬은 세계교역량이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고 그에따라
경제성장률도 둔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