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폐기됐지만 향후 정국은 더욱 격랑 속으로 빠져들어 갈 것이 분명하다. 더불어민주당은 탄핵안이 가결될 때까지 무한 반복해 추진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탄핵 찬반 세력 간의 대립으로 극심한 사회갈등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위헌·위법적 조치임이 명백하다. 비상계엄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하고 경찰력만으로는 극복될 수 없어 군병력을 동원하는 국가긴급권인데 헌법상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엄중한 법적·정치적 책임 추궁이 불가피하지만 정치사회적 혼란과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고 낡은 정치 체제를 일신하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첫째, 탄핵소추에 준하는 대통령의 실질적 직무 배제와 함께 야당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임기 단축 로드맵을 이른 시일 내에 제시해야 한다. 이미 국무총리와 집권당 중심으로 사태 수습과 국정 운영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으나 대내외적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도록 보다 가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탄핵 찬반을 둘러싼 폭력 유혈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치안질서 유지를 최우선 목표로 해야 한다.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를 통해 보여줬듯 헌법과 법치주의가 정상 작동하는 국가가 돼야 한다. 자유로운 정치적 의사 표시는 보장되지만 물리력으로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관철하려는 시도는 어떤 경우에도 용납해선 안 된다.둘째, 내란죄 등 비상계엄 관련 수사는 법과 원칙에 따라 한 점 의혹 없이 신속히 진행돼야 한다.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긴급체포해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이번주 우리 경제의 최우선 관심사는 외국인 투자자 동향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6일까지 10거래일 연속으로 국내 주식을 팔았다.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동 후 사흘간(4~6일) 하루 평균 외국인 순매도액은 3조3700억원으로, 직전 7일 하루 평균 매도 금액(1조8000억원)의 약 두배 규모다.한국은행의 성장률 전망 하향, 주력 산업 경쟁력 약화, 국회의 감액 예산안 처리 등 경제 심리에 부정적인 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정 공백 우려가 커지자 외국인 탈출 심리가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주 한때 1440원까지 급등하는 등 외환시장을 둘러싼 긴장도 팽팽해지고 있다.정부는 “필요시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과감하고 신속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메시지를 연일 내고 있지만, 국정 운영이 정상화되기 전까지는 투자 심리를 되돌릴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국 시장 투자 의견을 하향 조정하고 있는 외국계 증권사들의 전망도 시장을 좌우할 변수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외환과 주식시장 변동 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통계청은 오는 11일 ‘11월 고용동향’을 발표한다. 내수 경기와 밀접한 도소매업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고용시장 위축이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10월 취업자는 1년 전보다 8만3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취업자 증가 폭이 10만 명을 밑돈 것은 4개월 만이다. 특히 자영업자 경기를 반영하는 도·소매업 취업자 감소 폭(14만8000명)이 크다.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일 ‘12월 경제동향’을, 기획재정부는 13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2월호를 각각 발표한다. 내수
얼마 전 한 모임에 초대받았다. 장소는 서울시립미술관. 퇴근 후 찾아가 보니 증권사 대표, 대학교 총장, 사모펀드 운용사 부회장 등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로비에 마련된 만찬장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서울시립미술관 후원회 설립 1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 오랜 시간 함께 활동해온 사람들의 모임이어서 그런지 시종일관 활기차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2014년 3월 사단법인으로 출발한 후원회는 현대미술의 저변 확대와 시민들의 문화 향유권 증진을 위해 소장품 기증, 예술인 창작 지원, 후원금 조성 등 다양한 활동을 벌여왔다. 최은주 미술관장은 미술관이 어려울 때마다 도와주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존재가 바로 후원회라며 감사를 표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의 '키다리 아저씨'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립미술관에 후원회가 왜 필요할까 싶지만 국립중앙박물관, 예술의전당, 국립발레단 등 상당수 공공 문화예술 기관에는 민간의 자발적인 후원회가 존재한다. 예술의전당 후원회는 누적 후원금이 1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단테,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르네상스 시기에 활약했던 예술가 뒤에 메디치 가문이 있었듯이 문화예술이 꽃피기 위해서는 든든한 후원자들이 필요하다.그런데 최근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민간 후원이 위축되고 있다. 2020년 550억원까지 불어났던 국내 문화예술단체의 기부금 수입은 2021년 396억원, 2022년 392억원으로 급감했다. 한국과 미국 문화예술단체의 재원 구조를 뜯어보면 한국의 기부금 비중은 3%로 미국(30%)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자체 수입 비중도 한국은 18%로 미국(60%)보다 낮다. 한국의 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