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관계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상장법인의 자사주펀드설치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자사주펀드란 기업들이 투신사에 자금을 맡기면 투신사는 이
자금으로 그 기업의 주식을 매입,운용하는 펀드를 말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정부의 이같은 자사주펀드 허용을 하나의 혁명적인
발상으로 받아들이고있다. 극히 이례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업이
발행한 자사주식을 기업자금으로 매입한다는것이 금지돼있기때문이다.
그러나 획기적이라고도 할수있는 자사주펀드에 대해 많은 기업실무자들은
대체로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있다. 이들은 무엇보다도 자사주 펀드가
투신사에 허용될경우 금융비용이 급증할것을 우려하고있다. 회사채의
주요소화기관인 투신사가 회사채 인수시 "꺾기" 수단으로 악용할 소지가
높다는것이다. 회사채 인수를 미끼로 자사주펀드 매입을 강요할것으로
예상하고있다. 이는 기업의 회사채발행규모를 필요이상 확대시켜
시중금리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하게돼 정부의 시중금리 하향정책과도
어긋나게된다.
다른한편으로는 기업들의 금융비용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부작용을 유발할수도 있다. 또 결과적으로는 차입금으로 자기주식을
매입하게돼 주가하락시 엄청난 부담을 기업에 안겨줄수도 있다는것이
실무자들의 우려이다.
기업실무자들의 자사주에 대한 냉담한 반응과 더불어 많은 법률가들은
자사주펀드가 법적인 측면을 크게 무시하고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자사주펀드와 관련하여 크게 세가지 법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있다.
기본적으로 상법 제341조 자기주식취득제한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등장한다. 상법은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하면 자기가 자기 구성원이
된다는 논리적 모순이 발생하며 자기주식의 유상취득은 회사자산을
감소시켜 다른 주주및 채권자의 이익을 해치기에 이를 철저히
금지하고있다. 타인명의를 빌려 회사재산으로 취득해도 이익배당및
매각손익이 회사에 귀속되면 자기주식을 매입한것으로 간주되고있다.
자사주 펀드가 투신사 명의로 주식을 매입,수익금을 회사에 돌려주는 점에
비쳐보면 자기주식취득제한에 저촉됨을 알수있다.
자사주 펀드와 관련,증권거래법에서는 두가지 관점에서 재조명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먼저 누구의 명의로하든 자기의
재산으로 일정비율이상 주식매입을 금지하고있는 주식대량 소유의
제한규정(거래법200조)을 들수있다. 자사주 펀드의 명의는 투신사이다.
그러나 기업이 자기주식매입을 위해,즉 자기 계산으로 자금을
투자하기때문에 이 규정에 어긋날수 있다는 주장이다. 자사주 펀드에
가입여부를 결정할 이사들은 회사의 기업내용에 정통하므로 가장 유력한
내부자에의한 투기거래를 유발시킬 소지가 발생한다. 이는 내부자
거래금지(거래법188조)와 정면으로 상충된다.
상법과 거래법저촉외에 자사주 펀드 설정허용으로 가장 크게 우려되는
것은 경제집중완화및 기업체질개선을 위해 상호출자를 금지하고있는
독점규제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회피할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자사주펀드는 정착단계에있는 기업집중완화에 찬물을
끼얹을수도 있다. 차명(투신사)으로 다른 기업을 지배할 여지가
생기게된다.
이밖에 "불특정다수인으로 부터 자금을 모아 분산투자로 운용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투자신탁 근본취지에 어긋나는 점도 재검토해 볼 사항이다.
정부는 관련법 위배여부에 대해 관계기관과 논의가 이뤄져 별다른
문제점이 없다는 입장이다. 상법의 경우 자사주펀드에 편입된 주식의
형식적인 소유자는 투신사로 기업으로서는 자기주식 취득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질적인 소유자문제에 있어서는 다소 논란이 있을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증권거래법의 대량소유제한 역시 상법과 같은 논리를 주장하며
상장기업가운데 상당수가 주식형수익증권을 재테크수단으로 이미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내부자 거래에 의한 불공정거래는 펀드의 만기를 2
3년으로하여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고 보고있다. 상호주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유권해석을 받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아무튼 일반투자자들은 자사주 펀드가 설정되면 주가에 얼마나 영향을
줄것인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는 얼마나 많은 기업이 여기에 참여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자금사정이 좋은 일부기업은 대외이미지 제고 증자
해외증권 발행을 위해 자사주 펀드에 관심을 쏟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기업이 여유자금을 갖고 투신사문을 두드릴지는
파악이 불가능하다. 우리보다 먼저 자사주 펀드를 설정한 일본의 경우가
참고가 될것이다. 일본에서의 자사주 펀드는 지난3월 증시부양의 수단으로
처음 발매가 허용됐다. 3개월이 지난 5월말 현재 매각실적은 설정한도
2조3천억원의 10%를 조금 넘어서는데 그쳐 당초 예상보다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주가활성화 방안으로서는 별다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
셈이다.
일본 증권업계는 이같은 실적부진에 대해 기업자금난과 자사주 취득을
금지하고 있는 상법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자사주펀드는 증시안정에 별다른 효과를 나타내지 못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다만 자사주펀드에 자금을 투자하는 회사는
주가상승이 예상된다. 개별종목장세가 이뤄질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자금이 유입되지 않으면 주가상승이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 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