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가 태어난 이듬해 아버지가 환갑을 맞았다. 아버지가 바라던 대로 결혼해 첫 아이를 낳은 때라 회갑 잔치를 잘해드리고 싶었다. 동생들과 협의해 시내 호텔에 식장을 예약했다. 준비가 거의 끝나 아버지를 찾아뵙고 환갑잔치 준비상황을 처음으로 알려드리며 초대할 지인들을 말씀해달라고 했다. 잠자코 듣던 아버지가 눈시울을 적시며 “그만두라”라고 했다.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말씀드리자 “그만두라고 하지 않았냐”고 화냈다. 머뭇대자 “당장 예약 취소하라”라고 해 그 자리서 바로 취소했다. 영문 몰라 하는 내게 한참 지나 아버지는 “고맙다”고 한 뒤 “보잘것없는 삶이어서”라는 이유를 댔다. 아버지는 회갑연에 으레 밝히는 “약력이라고 소개할 게 없어서다”라고 덧붙였다. 아버지는 “나이는 ‘가지다’가 아니라 ‘먹는다’고 쓴다. 오래전부터 그렇게 써왔으니 선인들의 비유와 경계가 놀랍고 두렵다”고 했다. 이어 아버지는 나이를 ‘먹는다’고 비유한 이유를 이렇게 유추해 설명했다. 첫째 나이가 사람의 생명 에너지 소비와 관련 있기 때문이다. 태어날 때부터 사람은 성장하고 발달하며, 이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그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음식을 먹는다. 둘째 나이가 사람의 경험 축적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 경험은 마치 음식을 먹는 것과 같이 지식과 정보를 흡수하는 과정이다. 마지막으로 시간을 소모했다는 뜻이다. 시간을 먹었다는 얘기다. 아버지는 “‘먹는다’가 문제가 아니라 먹으면 그에 상응한 결과가 없어서다”라며 “음식은 먹은 만큼 소화해 성장하며 잔
아주그룹 계열사 아주IB투자와 아주컨티뉴엄이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를 13회 연속 공식 후원하며 메세나 활동을 이어간다.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는 2006년 출범 이후 매해 4, 5월 세계 최정상 음악가들의 공연으로 국내 음악계 내 실내악 공연의 저변을 넓힌 음악 축제다. 올해는 총 13일간 14회 공연으로 진행되며, 이를 위해 전 세계에서 활약하는 61인의 예술가들이 참여한다.2024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는 ‘올 인 더 패밀리’를 주제로 진행한다. 실내악이 통상의 오케스트라 공연과는 달리 연주자들간의 음악적·인간적 교류가 중요한 장르인 만큼 음악가 부부들, 가족처럼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베테랑 앙상블, 동일 국적과 민족적 배경을 가진 작곡가 등이 참여해 축제의 의미를 더한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아주그룹은 이번 축제 중 5월 3일 예술의전당 IBK 챔버홀에서 열린 ‘나보다 나은 반쪽(Better halves)’ 공연을 후원한다. 해당 공연에는 11명의 국내외 음악가 커플 연주자들이 베토벤, 보케리니, 쇼팽, 브람스 등 세계적 작곡가들의 명곡을 연주하며 축제 주제에 맞는 가족적 분위기를 선사할 예정이다.아주그룹 관계자는 "국내 최대의 실내악 축제 후원을 통해 문화 예술 분야에 대한 아주의 기업 철학을 전할 수 있어 뜻깊게 생각한다”라며, "기업 발전을 넘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에 일조할 수 있도록 메세나 활동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박지원 하이브 대표이사(CEO)가 최근 레이블 어도어 민희진 대표와 관련한 의혹 제기로 불거진 논란과 관련해 직접 사과했다.박 대표는 2일 진행된 하이브의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질의응답에 앞서 "최근 불거진 논란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다"면서 "멀티레이블의 길을 개척하며 난관에 봉착했다. 이 과정에서 주주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박 대표는 지난달 25일 민 대표가 자신의 배임, 주술 경영 의혹과 관련해 해명하기 위해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지원님'으로 불린 인물. 민 대표와 방시혁 하이브 의장 사이를 오가며 교두보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박 대표는 "(해당 문제와 관련해) 감사를 통해 확인하고 필요한 조처를 하겠다"며 "그동안 저희는 시행착오를 겪고 극복하며 성장했다. 이번 상황을 통해 멀티레이블 시스템에 의문을 갖는 사람도 있지만, 고도화를 위해 보완해야 할지 지속해서 고민하며 개선해나가겠다"고 전했다.다만 이와 관련한 추가 질문에 대해 하이브 측은 "법적 절차를 밟고 있어 답하기 어렵다"고 전했다.앞서 하이브 측은 민 대표가 경영권 찬탈을 시도했다면서 감사를 실시하고, 용산경찰서에 그를 고발했다. 이와 더불어 민 대표 해임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진행하려 했다.하지만 어도어 측 이사회가 거부 의사를 밝혔고, 하이브는 임시주주총회 허가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고, 지난달 30일 심문기일이 진행됐다.이 과정에서 민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권 찬탈을 시도한 적이 없다"면서 "고분고분하지 않으니 날 찍어 누른다"고 하이브 임원진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난했다.김소연 한경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