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상황때문에 어차피 예년보다 어려울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여야할것없이 온갖 선심성공약을 마구 쏟아놓을 판인데 정부가 어떤 구실을
붙여서라도 집권당후보 공약가운데 상당부분을 내년 예산에 반영하려고
애써야할 입장에 처하겠기 때문이다.
경제기획원이 6일 발표한 49개 정부부처의 93년도 예산요구현황에
대통령선거를 의식한 그와같은 선심성 사업이 들어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대강만 공개했을 따름인데다 아직 공약개발작업이 완료되기 이전이기
때문이다. 다만 예산당국이 예년이상으로 높은 강도의 긴축의지를
강조했음에도 요구액이 엄청난 것은 으레 그래온 타성이외에 대선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요구액은 일반회계의 경우 금년보다 43. 9% 늘어난
47조7,851억원규모이고 여기에 재정투융자사업등을 포함한 각종
특별회계까지를 전부 합쳐서는 총78조6,023억원으로 52. 2%의 증가를
요구하고있다. 이같은 요구액의 증가율은 그래도 지난해보다 낮아진
것이라고 당국은 설명한다. 92년 예산요구액은 그 증가율이 각각 52.
7%와 60. 1%에 달했었다.
어쨌든 이같은 요구현황은 정부의 긴축의지가 현실적으로 모든 부처에
골고루 먹혀들어가 있지 않음을 말해준다. 또 장차 그 조정작업이 상당히
어려울 것임을 예감케 한다.
예산당국은 인건비 방위비등을 최대한 억제하고 기타 경상경비는
금년수준을 넘지 않도록 조정하며,신규사업은 원칙적으로 삼가고
계속사업도 완공시기를 늦추겠다고 말한다. 또 일반회계예산규모를
금년보다 13%정도 늘어난 37조5,000억원 수준으로 편성할 생각임을 비치고
있다. 과연 그렇게 할수 있을지 의심스럽지만 설사 그대로 한대도
팽창시비가 일 소지는 남는다. 올해 예산증가율이 5. 8%라면서 팽창이
아니라고 주장했던 점을 상기하면 13%를 긴축이라고 말하기 어려워진다.
쓸곳은 많은데 수입은 거꾸로 어려워져 예산편성이 더욱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경기후퇴에 부동산경기진정 수입둔화등으로 세금수입이 줄어들
위험이 많다.
예산규모나 증가율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효율성이다. 쓸곳에 값지게
쓰여져야한다. 정부기구의 과감한 정비와 기능조정이 요구된다. 그게
어려우면 우선 긴축예산편성으로 방만한 재정운용인상부터 불식시켜야
한다.
대기업의 자금사정은 여유있는데 비해 중소기업은 자금난을 견디다못해
쓰러지는 기업자금사정의 양극화현상이 6월에도 계속될것 같다. 대기업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활성화된 중개어음시장을 통해 올해들어서만 3조원이
넘는 돈을 끌어들였으며 석유화학투자가 어느정도 마무리되고 신규투자를
줄여 여유가 있다.
이에 비해 중소기업은 지난해부터 부쩍 심해진 경기침체와 이에 따른
기업부도의 증가로 필요한 돈을 끌어들이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있다.
지난4일 경제기획원이 발표한 "92년 1 5월중 경제동향"에 따르면
중소기업부도율이 3월에 0. 98%,4월과 5월에 0. 84%선으로 89 91년의
월평균 0. 2%보다 4배가 넘게 높아졌다.
이처럼 계속되는 자금사정의 양극화현상에서 우리가 얻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첫째는 돈줄을 푼다고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덜어지는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올해들어 총통화증가율은 2월만 빼고 계속 18%를 넘고 있어 결코
통화당국이 돈줄을 죄고 있다고 할수없다. 수출부진과 경기침체에 따른
판매부진으로 돈이 돌지 않고 재고부담이 커진것이 자금난의 원인이다.
기협중앙회가 지난5일 실시한 "1.4분기 중소기업경영실태조사"에서도
내수시장침체와 품삯 원자재값등 제조원가상승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혀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둘째는 실물부문의 경기침체에 금융시장의 정비가 겹쳤다는 사실이다.
단자사의 업종전환으로 제2금융권의 단기성자금을 포함한 M B의 증가율이
지난해의 19%선에서 올해에는 11%대로 크게 준것이 좋은 예이다. 또한
지준부족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면서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이 어려워져
중소기업이 받는 타격이 크다.
마지막으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지원자금이 선전만큼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까다로운 행정절차보다도 비뚤어진
기업풍토가 도움을 받는데 더큰 장애요인이라 할수있다. 경기침체로
하청관계에 있는 기업으로부터 자금회수가 잘되지 않아 운전자금이
필요한데 지원자금은 대부분 시설투자지원이다. 또한 탈세가 많아
자금사정과 거래과정을 밝히기를 꺼려 지원을 받기 어려우며 각종
준조세부담이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더욱 크게하고 있다.
경제안정을 다지기에 바쁜 지금 무작정 돈줄을 풀수도 없고 풀어도 큰
효과가 없다. 다만 일시적인 자금난으로 유망한 중소기업이 쓰러지는 것은
막아야 하며 이를위해 한은이 2,500억원의 특별자금지원을 계획한다니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