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이 분단된지 47년만에 남북한당국의 공식 연락기능을 담당할
남북연락사무소가 어제 판문점에서 개소식을 갖고 정식 활동을 시작했다.
남북한 쌍방간에 상설 연락사무소를 갖게 됐다는 것은 끊겼던 한반도의
맥이 다시 이어졌다는 뜻에서 역사적 의의를 갖는다. 금후 연락사무소는
지난2월19일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등에 포함된 합의사항의 이행과 관련,이의 구체적 실천과정에서
제기되는 제반 연락업무를 포괄적으로 담당하게 된다. 이러한 업무수행을
위해 남북한 쌍방은 이미 2회선의 직통전화가설을 포함한 인적및
물적교류에 대비,우리측의 인원을 북측에 통보한바 있다.
이연락사무소의 개소식과 함께 동시에발족한 군사,경제,사회문화공동위가
구성됨으로써 남북한간의 부문별 실천사항을 수시로 판문점을 통해 협의
촉진시킬수 있게되었다는 점에서도 우리는 이를 크게 환영하며 많은 기대를
건다. 다만 우리가 섭섭하게 생각하는 점은 이러한 역사적 의의를 갖는
중요한 행사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내에서 서로 마주보면서도 남북이 각기
별도로 거행했다는 사실이다. 우리측은 이 행사를 남북한공동으로 성대히
거행할것을 제의했으나 북측은 이를 거부하고 말았다. 북측의 이러한
태도는 "남북기본합의서" 전문에 명기된 "분단된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염원하는 온 겨레의 뜻"을 정면으로 짓밟는 처사라 지적치 않을수 없다.
더욱 우리가 유감스럽게 여기는 점은 남북한 쌍방이 당면한 제반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의당히 연락사무소는 각기 상대방지역에
설치되는것이 바람직한 것이라는 사실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당장 서울과
평양에 설치하기위한 환경이 성숙되지 못했다고 한다면 판문점내
상대지역에라도 교환설치하는것이 민족의 염원을 하나씩 풀어가는 길임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데 북한은 이것 마저 거부하고 말았다.
결국 우리는 휴전선을 경계로 남북이 자기측 지역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게 되었다는 현실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북측의 벽이 얼마나
높은가를 다시 한번 통감하게 된다.
우리는 남북연락사무소 설치를 계기로 남북한에 참다운 화해분위기가
확산되어 한민족이 공존공영해가는 첫 걸음이 되기를 고대하면서 북한측의
보다 전향적인 대응을 촉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