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간 목공예품만들기 외길만을 걸어온 엄태조씨(48).
그의 손길과 정성이 깃든 목공예품에서 자연의 용솟음치는 힘과 불같은
태양이 이글거리는 정열을 느끼게한다.
대칭과 변화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있는 십장생은 절묘한 배경무늬가
어우러져 무위자연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고있다.
"상품이 아니라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것도 내영혼을 불어넣은
분신같은 작품만을."
대구시 대봉동에서 세명공예를 경영하고있는 목공예부문의 제1인자
엄태조명장은 수입을 따지기보다는 자신을 알아주는 고객들로부터 주문을
받아 그의 분신같은 작품을 만드는데 온 정열을 쏟고있단다.
가게에는 간판조차 달지않고 작품활동에만 몰두,한해에 장롱 한두개와
반닫이 문갑 몇개정도를 만드는 것이 고작이다.
"전통가구는 자연미를 가장 중시해야하기 때문에 좋은 문양과 재질을 가진
나무를 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서 그는 좋은 나무가 있는 곳이면 첩첩산골도 마다않고 찾아나선다.
엄명장의 창고에는 그동안 그가 수집한 수백년 묵은 느티나무 대추나무
향나무등 재료들로 가득차있다. 그가 평생을 두고 만들수 있을 만한
양이다.
"자질만 좋다고 다되는 것이 아닙니다. 나무의 상태나 종류에 따라
가공법이 달라야하고 또 설치할 집에따라서도 만드는 법이 각각 다르지요"
나무를 자르고 다듬고 틀을 짜고 조각을 하고 상감을 넣는 하나하나의
과정마다 그의 정성과 혼이 깃들지 않은 것이 없다.
경북 군위에서 빈농의 7남매중 막내로 태어난 엄명장은 집이 가난한 탓에
일찍부터 생계를 책임져야했다. 18세되던 해에 무작정 서울로 올라온
엄명장은 서대문구 모래내에 있는 가구만드는 공장에 취직을 했다.
이곳에서 나무를 다듬고 골동품가구를 수리하는 기술을 익힌 그는
전통가구의 기교없는 아름다움에 심취,서울생활을 청산하고 대구로 내려와
골동품 가게에 다시 취직을 했다.
전통가구의 손질법을 좀더 배우기 위해서였다. 기술을 모두 배운
엄명장은 17년전 현재의 세명공예를 차려 독립했다. 그가 이 분야에서
명성을 날리기 시작한 것은 84년 전통공예대전에 출품,수상하고 부터.
엄명장의 대표작은 서경보선생의 한시를 음각하고 그곳에 다시 양각한
흑목으로 상감(상감)처리한 전통장롱. 13개월이나 걸려 완성했다.
그의 소망은 현대에 맞는 새로운 전통가구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전통가구는 연구할 수록 더욱 신비해 한번 손을 댔다하면 빨려들어가게
마련"이라며 전통공예에 심취할수 있는 후진을 찾아내 자신의 기술을
전수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신경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