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립.빌라가 안팔린다.
지난해 5월이후 매물만 쏟아져 나오고 있고 사려는 사람은 좀처럼
찾아볼수 없다.
거래가 이루어지지않자 집값도 떨어져 1년새 15 20%나 내려갔다.
구획정리사업으로 연립주택이 밀집해 있는 동대문구 장안동일대의 경우
지난해초까지만해도 1억원을 호가하던 28평형의 금강연립이 7천7백만
8천만원에 나와있으나 들여다보는 사람조차 없다.
이 일대에서 8년동안 부동산중개업을 해왔다는 로얄공인중개사의
김영태씨는 "대부분의 연립들이 지난해보다 15 20%떨어진 값에 매물로
나오고 있으나 문의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급매물을 내놓는 의뢰자들만
애를 태우고 있다"고 털어놨다.
재건축을 기대한 투자가치때문에 매물이 없는 몇몇 지역의 오래된
연립들을 제외하고는 공통된 현상이다.
그러나 내집마련수단으로 각광을 받던 다세대주택은 미분양이
장기화되면서도 값은 내리지 않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고급빌라분양"이라는 현수막을 걸어놓고 현재 분양중인 집들이 대부분
다세대주택들이다. 이들 다세대주택은 땅값및 건축비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해초 공사가 시작된 것들이어서 더이상 분양가를 낮출수 없는
입장이다. 그동안 값이 떨어진 아파트나 연립 단독주택등에 비해 분양가가
엄청나게 높아보일수 밖에 없어 구매력을 더욱 상실하게 된것이다.
결국 현재 미분양물량으로 쌓이고있는 다세대주택을 지은 건축주들은
부동산경기의 "막차"를 타 헤매고 있는 셈이다.
한국상업은행 부동산중개센터에는 30여건의 다세대 빌라매물이 접수돼
있다.
이가운데 강남구 역삼동 신축삼성빌라의 경우 40평형5가구가 평당
6백만원으로 지난해 7월 매물로 전시됐으나 지금까지 단 1가구도 팔리지
않고 있다.
비싼값에 땅을 사서 건축했는데 적자를 보면서 분양할수는 없다며
건축주가 분양가를 낮추지 않기때문이라고 중개센터의 신성구주임은
설명했다.
건축주가 자기집을 헐어내고 다세대주택을 지어 다소 싸게 분양하는
집들도 안팔리기는 마찬가지.
마포구청뒤편 예지빌라의 경우 1백23평의 대지에 지난해말 24평형5가구
28평형4가구를지어 분양했으나 28평형은 지금까지도 미분양상태다.
평당6백만원꼴로 1억7천만원 하던 분양가를 건축주가 융자3천만원을
알선하고 1천만원을 낮춰 현금1억3천만원에 재분양하고 있으나 여전히
안팔리고 있다.
이처럼 분양이 저조하자 일부 건축주들은 분양을 일찌감치
포기,전세분양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나중에 분양할때 제값을 못받는 것이 뻔한데도 전세를 놓는 것은
자금압박때문.
마포구 합정동의 대웅하이츠빌라 20평형은 미분양이 장기화되자
전세분양중이고 방배동 한신빌라도 18 29평형이 미분양,최근 6천만
7천만원에 전세 입주자를 찾고있다.
다세대.빌라분양이 몰려 있는 은평구 응암동에서 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백돈석씨는 "신축빌라의 경우 평당 4백50만 5백만원에 분양되고 있으나
지은지 3 4년정도의 건물은 3백50만원밖에 안돼 신축빌라매매는 사실상
불가능한 형편"이라며 "주변에서 최근 입주가 끝난 신축빌라의 대부분은
전세입주"라고 귀띔했다.
다세대.빌라 미분양사태에 따른 올해 신축건물 설계신고면적도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1.4분기중 81만4천7백평이었던 전국의 다세대주택 신고면적은 올해
같은 기간동안 14만3천6백평으로 무려 82%나 줄었으나 연립주택도 56%나
감소했다.
서초동 양재동등에 회원제로 건립된 일부 대형 호화빌라를 제외한
대부분의 연립.빌라에 불어닥친 한파는 부동산경기가 되살아나도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부동산전문가들은 전망하고있다.
부동산 상품가치로 보아 아파트 상가에 비해 열등재로 아파트부터
회복될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말만 해도 가격을 맞춰 팔겠다는 사람들이 있었으나 요즘은
매도의뢰조차 없다는 한 중개업자의 말이 빌라.연립에 불어닥친 찬바람을
실감나게 해주고 있다.
<박기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