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태양".
같은 제목의 저서논문은 많다. 존 톨런드의 유명한 미.일관계사등이 있
는데 모두 일본을 테마로 하고있다.
금년봄 나온 동명의 저서는 좀 색다르다. 추리소설인데다 반일색깔이
짙다.
저자는 마이켈 크라이턴. "안드로메타의병원체"등 10여편의 전작으로
서구에서 웬만큼 알려진 인기작가다.
냉전시대의 첩보물에서 흔히 소련 KGB가 맡았던 악역이 여기선 일본기업을
악역으로 설정하고 있다.
소련이란 적이 소멸된 시점에서,또 워싱턴의 전략립안가들이 새로운
적만들기에 조용한 탐색을 궁리하고 있는 가운데 돌출한 이작품은
포스트냉전시대에서 유동화하는 국제관계에 한가닥 방향을 제시한다.
년전 "드래곤"이란 최초의 반일소설이 미국에서 나온적이 있지만 이번
크라이턴의 "라이징선"에 비하면 내용은 약과다. 이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본인을 철저하게 사악한 집단으로 묘사한 철저한 반일소설이라
해도 좋다.
부시대통령의 방일이 계기가 되고 선거과정에서 증폭되고 있는
"일본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제고를 배경으로 이책은 출간되자 마자
전미베스트셀러가 되고있다.
소설의 무대는 일본기업진출이 왕성한 로스앤젤레스. 나카모토란
일본계기업이 로스앤젤레스중심부에 초고층빌딩을 신축,개관축하 리셉션을
벌인다. 케네디,하먼드상원의원을 비롯 마돈나,앨턴 존,토머스
로스앤젤레스시장등 800여명의 명사가 초대된다.
사건의 발단은 파티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그시각 같은 빌딩 46층의 한
오피스에서 파티에 참석한 것으로 보이는 미녀의 시체가 발견됨으로써
시작된다.
줄거리의 경과는 로스앤젤레스경찰국의 스미스,고든두형사가 의문의
사인을 추적하면서 일본인의 집요한 수사방해음모와 궤를 같이한다.
스토리와는 별도로 이작품은 일본의 대기업이 미국의 부동산및 기업매수를
둘러싸고 정치가를 매수하며 하이테크를 약탈하여 미국경제를 식민화하고
있다는 일관된 테마를 깔고 있다.
픽션이라고는 하지만 작가의 고발은 일본기업의 관행이 그동안 신문에서
보도된 사실이 뒷받침되어 독자로하여금 저자의 일본관이 그대로 이식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저자는 집필후기에서 일본은 적대무역으로 미국을 공격하며 미국을
굴복시키려하기 때문에 미국민에 각성을 촉구하기 위해 쓴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추리소설로는 이례적으로 책 뒷부분에 집필참고문헌이
게재돼있는데 30여종이 넘는 이들 저서는 모두가 일본이질론연구서다.
숨막히는 서스펜스 커팅에지의 기법등 추리문학적인 흥미는 별문제로치면
크레이턴의 저서는 몇가지 시사점을 던져준다.
우선 냉전기에 형성된 동맹.적대구도가 재편을 맞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가능성은 "위협"개념이 군사에서 경제로 바뀌어진 88년 다니엘
얀켈로비치의 여론분석논문이후 일련의 여론조사에서 뒷받침되고 있다.
탈이데올로기 시대에선 대결의 양상이 경제의 이해대립 혹은 종교
민족갈등으로 바뀌어질 것이다.
다음 냉전의 청산에 따라 득실의 입장도 달라진다. 손해를 보거나 입지가
약화되는 국가 혹은 계층이 생겨난다. 가깝게는 일본 북한이,또 쿠바
이스라엘같은 나라다. 한 국가내에서도 군수업자 정보기관 소련연구기관의
입지도 위축되며 매카시즘적인 추리작가들도 테마를 상실한다. 자연히
새로운 악역은 모색된다. 대상도 일본을 넘어 세계로 확대될 것이다.
끝으로 경제전쟁의 격화로 내셔널리즘의 물결이 더욱 높아져 새로운
적에대한 국민적 세뇌캠페인이 전개될 것이다. 과거 영국과 독일이
1차대전에서 충돌하는 과정도 그랬다. 1896년 그해 영국의 베스트셀러는
메이드인저머니(독일제). 후발국 독일이 공업력에서 영국을 능가한 사실을
국민에게 일깨워줘 적대심을 선동한 책이다. 거의 100년후인 1990년
이번엔 미국에서 유사한게 나왔다. "메이드인USA". MIT대
산업생산성조사위가 펴낸 미일공업력 비교분석서이다.
데이비드 헐버스텀의 지적대로 이제 국가간의 안보는 미사일이나 탱크의
수로 표시되는 병기지수로 추정되는게 아니라 경제력으로 평가된다.
미독금법의 역외적용에서 나타난 것처럼 무역마찰은 확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