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에워싼 대내외여건은 화해와 교류 협력을 통한 우리민족의
통일염원이 가시화될수 있는 조건들이 성숙되어가고 있으나 북한의 최근
동향을 보면 역사의 흐름을 역류해가는 징후들이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어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있다.
김일성부자를 비롯한 북한의 정책결정자들은 지금도 소련.동구권
사회주의국가들이 붕괴된 원인을 "탈이데올로기"에서 비롯되었다는 사관을
갖고있다. "로동신문"최근호는 "사회주의를 건설하던 일부 나라들에서
사회주의가 좌절되게 된 근본원인은 한마디로 말하여 사회주의의 본질을
역사의 주체인 인민대중을 중심으로 하여 이해하지 못한데"있다고 강변하고
있다. 이어 이 신문은 "인간개조사업을 앞세워 인민대중을 공산주의적으로
교양하고 당의 두리에 튼튼히 묶어세워 혁명의 주체를 강화하며 대중의
혁명적 열의와 창조력을 최대한으로 발양시켜야"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사상교육강화 움직임에 대해 우리는 북한이 과연 "남북
기본합의서"를 비롯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등 쌍방이 합의.
실천키로 서명한 민족의 통일문제를 하나하나 풀어갈 정책의지가
있는것인지 짙은 의구심을 갖지 않을수 없게 한다. 지금 남북한 쌍방이
해결해야할 선결과제는 7,000만겨레가 민족적 공감대를 형성할수 있는
동질성회복을 위한 민족화합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문제이다.
특히 우리가 주목하는 대목은 지금 러시아연방정부는 국영농장등 국유지를
농민들에게 분배하기 위한 사유화조치에 박차를 가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중국은 제2단계의 개혁 개방화 조치를 강화해 가고 있는 중이다.
러시아연방 정부가 이번 농민들에게 개인소유의 농지문서를 발급하게된
역사적 배경은 70년동안 계속되어온 구소련의 "콜호스"(집단농장)제도가
농업발전에 장해요인이라는 것을 뒤늦게나마 깨닫게된데 있으며 중국이
이미 지난78년 "인민공사"제를 폐지키로 결정했던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농민들의 증산의욕을 집단주의에 입각한 균등배분원칙으로는 도저히
해결할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음을 뜻하는 것이다. 농민은 제 논밭이
있어야 한다는 소유관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농민들의 꿈이다.
모택동은 농민들의 이 꿈을 무시한채 마르크스.레닌주의에 충실하여 모든
농토를 농민들로부터 빼앗았다. 그러나 중국은 등소평의 실용주의노선에
입각,지난 79년 봄부터 실시한 "가정연산승포책임제"(농촌가정도급제)의
실시로 중국의 농업생산총액은 78년의 1,397억원에서 88년에는 5,865억원
으로 증가,10년간 연평균 6. 2%의 신장세를 나타냈다. 이는 "인민공사"
제를 본격화한 지난 53년이래 78년까지 26년동안의 농업생산총액 연평균
증가율 2.7%의 2.3배에 이르는 빠른 발전속도이다. 뿐만아니라 중국은
지난해를 고비로 수출규모면에서도 한국을 앞지르는 성장속도를 보였다.
이러한 구사회주의 종주국들의 개혁 개방추세에도 불구하고 지금 북한이
선택하고 있는 정책노선은 교조적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자구수정한
김일성의 "주체사상"으로 재무장시키는데 광분하고 있다는 현실에서
앞으로의 남북한관계 진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워주고 있다.
특히 개혁정책과 관련하여 우리의 주목을 끌게하는 중요한 대목은 아직
북한이 사적소유제도가 착취의 근원이 된다는 고루한 인식에서 탈피하지
못한채 방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은 소련.동구권 사회주의 국가의
변화과정을 "자본주의적인 소유관계와 경제관리방법을 받아들이고
제국주의와 투쟁하기보다는 무원칙하게 타협"했기 때문에 오늘의 사태에
이르게 되었다고 보고있다. 또한 "사회주의 사회에서 사상의 자유화와
정치에서의 다당제를 허용하는것은 결국 사회주의 사회의 기초를 허물고.
반혁명적 책동에 길을 열어주는것"이라는 인식에서 혜어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이러한 일련의 고정관념 때문에 경제난 극복이라는 당면과제를
풀어감에 있어서도 전술적으로"통일전선전략"에 기초하여 남한의
정부당국은 물론 기업인 정치인등 모든 사회계층의 대중을 끌어들이되
"주체사상"이라는 통치이념의 범위를 벗어나는 행동은 일체 허용치 않는
철칙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실증적 사례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 곧 북한이 고수해오고
있는 선협력 후교류 원칙이다. 이 경우에 있어서도 우리에게 의구심을
갖게하는 현상이 허다하게 나타나고 있다. 즉 북한이 다급한 경제난
타개를 위한 돌파구를 모색하면서도 최근 우리측이 제시한 남북교역대금
결제를 위한 코레스계약체결에 난색을 표명했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남한
기업인들의 방북을 유인하는 책동을 펼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북한내에서 전개되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을 면밀히
관찰하여 관계당국은 물론 재계의 지도층 인사,그리고 모든 국민들이
앞으로의 통일문제 추진에 만전을 기해야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