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0년대 후반부터 휘몰아친 새로운 세계질서 형성기류는 급기야
소연방의 해체를 몰고와 전후 냉전체제를 종식시키는 한편 민족주의 성향의
경제패권주의를 급부상시킴으로써 향후 국제적인 분쟁과 마찰은 종래의
이데올로기 대립이 아닌 경제적 이해관계의 상충으로부터 야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움직임은 진행중인 EC통합과 유럽시장 단일화,그리고
북미자유무역협정의 체결등 지역주의 강화추세와 더불어 전후
냉전체제하에서 세계경제를 지탱해온 GATT(관세무역일반협정)의
자유무역체제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향후 2000년대까지의
새로운 세계경제 무역질서를 규율할 규범을 구축하고자하는 UR협상의
성공적타결은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절실한 과제가 아닐수 없다.
우리는 그동안 UR협상하면 농산물을 비롯한 일부분야에서의 개방압력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인식해 왔으며,이는 농산물 분야가 UR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인 동시에 UR협상의 최대 걸림돌로 진통을 겪고 있고 또한
우리는 이분야에서 우리입장 관철을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일응 당연하다 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UR협상은
긴박한 세계경제 현실에 비추어 볼때 앞서 말한 거시적인 면에서 더 큰
중요성이 있음을 우리는 깊이 인식하여야 하겠다.
UR협상은 지난해말 둔켈 GATT사무총장이 소위 UR최종협정안을
제시함으로써 협상은 이제 미국과 EC를 중심으로 한 주요 국가간의
최종적인 막후 타결교섭과 시장접근 서비스분야등에 대한 구체적인 국별
양허협상만을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당초
둔켈이 제시한 바와같이 오는4월 중순까지 타결될 수 있을지 여부는 현재
아무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인데,이는 협상타결의 최대 걸림돌인 미국과
EC간의 타협여부가 아직 불투명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와같은
상황하에서 현재 일부에서는 협상타결시한을 금년 6월말로 재조정해야
한다는 견해와 이미 대통령선거전에 돌입한 미국의 정치상황에 비추어
협상의 연내 타결 가능성은 희박하고 협상은 장기적인 연장 단계에
들어갔다고 보아야 한다는 성급한 견해도 나오고있다.
그러나 어쨌든 현재 제시된 둔켈의 최종협정안은 앞으로 최종타결시까지
어느정도 수정이 가해질수 있을지 여부가 불분명하지만 EC를 비롯하여
우리나라 일본 캐나다 북유럽 멕시코등 많은 국가가 가장 크게
반발하고있는 농산물분야등 일부분야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현재 제시된
협정안의 기본골격을 크게 벗어날수 없을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우리는
현협정안의 중요한 내용을 면밀히 분석하는 한편 이에따른 국내적인 영향과
대응책을 준비해 나가야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 제시된 협정안의 중요한 내용을 살펴본다.
첫째 그동안 예외로 취급되어왔던 농산물교역의 대부분과 20년가까이
다자간 섬유협정(MFA)에 의한 쌍무협정에 의해 규율되어온 섬유교역을
GATT체제로 다시 끌어들이고 있다는점.
둘째 서비스 지적재산권 투자등 새로운 분야를 규율하는 다자간 규범이
마련됨으로써 그동안 이분야에서 선진국의 힘에 의한 쌍무적인통상압력이
다자규범으로규율받게된다는점.
셋째 전후 미의회의 반대로 빛을 보지 못했던 국제무역기구를 설립하여
GATT를 명실공히 세계무역을 규율하는 국제기구로 기능토록 했으며(GATT는
그동안 단순한 "협정"에 지나지 않았음)이를 위해 상품분야 뿐아니라
서비스및 지적재산권 분야를 포함한 모든 무역분쟁에 대한 다자간
해결기능을 강화시킨점.
넷째 과거 동경라운드때 체결된 반덤핑 보조금 상계관세 기술장벽
수입허가등 각종 협정을 보다 명료하게 개선하였고 그중에서도 특히 우리가
많은 피해를 보아온 반덤핑협정이 강화됨으로써 선진국의 자의적인 반덤핑
관세발동여지가 축소된점.
다섯째 그밖에 GATT의 제반규정이 명료화되어 GATT규정에의 일치여부가
불명료해서 소위 회색조치(Grey Area)라고불리는 수출자율규제와
시장질서유지협정등을 통한 수입규제조치가 철폐되는등 GATT규정의
남용여지를 축소했다는 점등이 가장 큰특징이라고할수있다.
UR 협상이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역으로 협상이 실패할경우 예견되는
지역주의 추세의 경제블록화및 미국 EC등 무역강국의 일방적 쌍무적인
보호무역주의 추세와 그 와중에서도 수출에 의존하는 대외지향적 성장을
추구해야 하는 우리경제의 현실에 비추어 볼때 매우 지대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극히 수용하기 어려운 농산물 일부분야에서의 개방 예외는
반드시 인정되어야 하며 다른 분야를 포함하여 우리로서는 UR협상이 꼭
성공적으로 타결될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지금은 비록 협상이 언제 최종 타결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지금까지 제시된 최종 협정안의 골자에 따라 우리의 제반 산업및
무역정책과 제도를 개편해 나가는 노력을 시작하지 않으면 안될것이다.
예를들어 보조금 상계관세 협상 결과에따라 국내의 각종산업및
무역관련제도 전반에 대한 검토,새로운 섬유협정에 따른 우리 섬유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대책,국제무역기구(MTO)설립과 다자간 분쟁해결기능
강화에 따른 다자협상 전문가의 양성,긴급수입제한(Safeguards)규정 개정에
따른 우리의 산업피해구제제도의 보완,서비스부문 협상결과에 따른 서비스
각 분야별 장기적인 개방 대비와 육성대책등 UR협상 타결이후를 대비한
우리의 산업 무역 전반에 걸친 후속 대응에 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하나하나 차질없이 추진해 나가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