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권사의 해외현지법인과 사무소가 곳곳에서 넘치고있다.
현지법인 7개를 포함,13개의 증권사가 진출하고 있는 영국 런던은
과당경쟁의 표본이다. 현지진출 증권사가 너무 많다보니
현지기관투자가들로 부터 "얼굴이 똑같이 생긴 한국증권사 직원들이
하도많이 찾아와 증권사 이름조차 기억하기 힘들다"는 소리가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긴 안목없이 단시일에 집중적으로 현지에 직원이 투입되어 국내에서와
마찬가지의 밀어붙이기식 영업을 벌이다보니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이 일어나자 일부대형증권사의 관계자들은 "국내에서 새는
쪽박이 해외에서 안 샐리 있겠느냐"며 자조어린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각증권사 국제영업담당자들은 해외현지법인 설립과 사무소설치는
과잉투자라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내증권사들의 해외현지법인과 사무소는 14개증권사의 8개 현지법인과
36개 사무소로 모두 44개에 이르고 있다.
국내증권사들이 44개 해외거점에 투입하고있는 연간예산은
년1천2백억달러에 달하는 수출입활동의 지원을 위해 해외에 세워진
대한무역진흥공사의 68개국 80개 해외무역관의 운영예산보다 많다.
증권사들은 1백30여명의 임직원을 파견하면서 연간 2백40억원정도의
예산을 들이고있다. 반면 무역진흥공사는 2백8명의 임직원을 내보내 연간
1백80억원의 경비를 지출하고있다.
증권사들이 해외사무소운영경비에 이처럼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게
되는것은 금융기관의 특성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서비스업체여서 시내 중심가에 번듯한 사무실정도는 하나 마련해야
최소한의 신뢰감이 형성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때문에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현지법인의 운영에 연간 12억 15억원의
자금을 투입하고있다.
해외사무소의 경우 3억 5억원의 자금이 소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경비를 줄잡아 계산하면 연간 2백40억원을 웃돌게된다.
현지법인에 출자한 출자금의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경비지출은 더욱
늘어난다.
증권사들의 해외사무소 운영경비도 문제지만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한 지역에 너무 많은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진출,업계차원에서 엄청난
중복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런던에 진출한 회사는 쌍용 대신 대우 럭키 고려 동서 동양등
현지법인을 설립한 7개사와 한신 대유 현대 제일 선경 산업등 사무소를
설립한 6개를 포함,모두 13개이다.
뉴욕에도 쌍용 한신 대신 대우 럭키 현대 고려 동서 제일 동양 선경
산업등 12개에 이르고있다.
홍콩은 대신 대우 럭키 부국 동남 현대 고려 동서 동양등 9개사,동경의
경우 쌍용 대신 대우 럭키 고려 동서등 6개사가 진출했다. 스위스
취리히에도 쌍용 대신 대우등 3개사의 사무소가 나가있다.
양호철동서증권전무는 국내증권사가 한국증시의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사무소를 내보내 이상태로는 도저히 수지를 맞추기 어렵다고 말한다.
업계의 이같은 호소에도 불구하고 재무부관계자의 견해는 전혀 다르다.
앞으로 우리기업의 해외증권발행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데다
국내주식시장의 개방도 가속화될 전망이어서 국내시장보다는
해외부문에서의 성장잠재력이 훨씬 커 증권사들의 국제부문투자를 더욱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증권사들 가운데 해외현지법인과 사무소의
운영에서 비교적 실적을 올린것으로 평가받고있는 대우증권의 관계자도
재무부의 시각에 부분적으로 동의를 하고있다.
강창희대우증권이사는 "해외에서 기관투자가들과 직접 부딪쳐야 보다 많은
주문을 따낼수있으며 대우의 경우 현지법인에 장기적으로 투자를
늘려왔던것이 적중했다"고 밝히고있다.
그러나 증권사별로는 능력을 감안하지않고 무분별하게 진출하는것은
자제해야 할것이라는 완강한 입장도 있다.
강이사는 현재 해외에 진출한 상당수의 증권사들이 엄청난 비용을 치르고
결국 자연도태될것으로 전망했다.
중형증권사들의 경우 국내영업에서 기선을 잡지못한것을 해외부문에서
만회하기위해 경쟁적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많은것으로 지적되고있다.
증권계 내부에서는 또 일부 중소형사의 경우 해외사무소를 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대외적인 이미지를 높일수 있다는 얄팍한 계산도 하고있다고
비방하는 분위기가 감돌고있다.
주식시장개방 2개월간을 결산해보면 외국인투자자의 매매대금은
5천5백억원선,약정수수료수입은 20억원이어서 증권사의 과잉투자는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다.
주식시장으로 외국자본이 4조원가량 유입될것이라는 재무부의 과장된
예측을 믿더라도 이로인한 수수료수입은 1백30억원에 불과,연간 경비
2백40억원의 절반에 그친다.
강성진증권업협회장은 "증권업계의 지나친 해외진출로 향후 10년간 흑자를
나타낼 현지법인이나 사무소는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삼보증권사장 시절
국내처음으로 국제부를 시설하는등 국제영업부문에서도 증권계의
대부로서의 면모를 세웠던 강회장 역시 해외사무소가 과열경쟁으로
외화낭비는 물론 본사 임직원의 관광안내소로 전락할것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 우리증권계의 현주소이다.
<김수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