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외자조달에 관한 정부정책방향에 그어느때보다 높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규모투자가 시급한 기업들 측에서 갖가지 형태의 재원조달을
허용해 달라고 강력히 요청하고 있는 반면 정부는 관계부처끼리 서로 다른
소리를 내는등 뚜렷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외자조달업무를 실질적으로 맡고있는 재무부로서는 내부계획을 세워놓고는
있다. 나중에 경제상황이 달라지면 그 계획도 바뀔수 있으나 현시점에서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기본방향은 확고한 셈이다.
기본방향의 골자는 올해 외자조달규모를 전체적으론 작년보다 줄이고
조달형태는 직접차입보다는 주식연계증권이나 해외채권발행을 장려한다는
내용이다. 외화조달규모를 축소하려는 것은 올해 경상수지적자규모가
작년의 94억달러보다 적은 80억달러로 예상돼 외국돈으로 메워야할 틈새가
좁혀지는데다 수입수요유발적인 차입을 억제,국제수지개선을
가속화시키겠다는 포석이다. 또 주식연계증권이나 해외채권발행을
장려하려는 것은 총외채가 지난1월로 4백억달러를 넘어서 외채위기론이
대두되고있어 외채통계로 잡히는 직접차입보다는 가능한한 비외채성격의
재원조달방안에 의존해야한다는 부담때문이다.
외자조달규모축소정책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분야가 외화대출이다.
외화대출규모는 작년에 55억달러였으나 올해는 30억달러로 줄이겠다는게
재무부계획이다. 외화대출을 받은 기업이 외국시설재를 들여오기때문에
국제수지적자를 악화시킨다고 판단,적자개선차원에서 규모를 축소한다는
것이다. 올해 대출규모30억달러중에서 20억5천만달러는 이미 작년에
대출받기로 승인이 난 것이어서 순수하게 올해 새로 신청해서
대출받을수있는 외화대출규모는 9억5천만달러뿐이다. 외화대출받기경쟁이
치열해질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경제기획원에서는 외화대출자체를 없애자고 주장,자칫 폐지될 운명을
맞을뻔 했었다. 기획원은 외화대출로 수입이 늘어날뿐 아니라 같은
시설재를 사면서도 국내은행에서 원화를 빌린 기업과 이보다 금리가 싼
외화를 빌린 기업과의 불평등문제도 제기되기때문에 아예 폐지하자는
의견을 냈었다. 그러나 갑자기 폐지할 경우 부작용도 많고 기업들이
국내금융부족으로 시설투자확대를 위한 재원마련에 어려움을
겪고있기때문에 규모를 줄이는 선에서 존속시키자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외화대출규모가 축소됨에 따라 은행의 중장기해외차입도 자동으로
억제된다. 재무부는 올해 은행의 중장기해외차입규모를 작년의
50억달러에서 42억달러로 줄일 계획이다. 게다가 단기차입은 가능한한
못하게 할 방침이다. 이에따라 은행의 대외업무는 다소 축소될 전망이다.
반면 해외증권(주식연계증권)이나 채권발행은 작년보다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재무부는 지난달 31일 해외증권발행제도 개선안을 발표,올해
해외증권발행규모를 작년(10억6천5백만달러)보다 5억달러 많은 15억달러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해외증권발행건수도 작년의 20건에서 상당한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해외채권발행도 주목을 끄는 부분이다. 양키본드같은 순수 해외채권은
작년까지만 해도 은행들만 발행했으나 올해부터 기업들에도 허용,관심을
갖고있는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재무부에서 어느기업에 얼마만큼의
채권발행을 허용할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한전 포철 한국통신및
대형반도체회사들이 바삐 뛰고있다. 포철은 이미 양키본드발행을 위해
미국신용평가회사로부터 높은 등급을 받아놓고 있다. 삼성전자등 대형
반도체회사들도 올해 16메가D램의 량산체제를 갖추기위한 대규모시설투자에
쏟아부을 재원을 조달하기위해 채권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이 너도나도 채권발행에 나서게 되면 상대적으로 발행조건이
나빠질수도 있어 재무부에서 질서있는 발행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상업차관의 허용폭이다.
재무부는 민간기업들로부터 상업차관도입을 허용하라는 강한 압력을 받고
있다. 작년부터 서서히 거론되기 시작한 이 문제는 올들어 반도체회사와
자동차회사들이 투자확대를 이유로 들어 상업차관허용을 정식으로
신청하면서 강도높게 요구함으로써 첨예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발전설비확충이 시급한 상황에서 한전에 대한 상업차관허용문제가
경제장관회의의 정식의제로 채택돼 허용쪽으로 결론이 나자 "우리도
시설투자가 급하다"는 이들 민간기업의 요구가 정면으로 부각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대해 재무부입장은 다소 부정적이다. 기업들의 대규모투자재원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되지만 그렇다고 곧바로 통화증발을 초래하고
수입증가를 불러일으킬 상업차관을 뚜렷한 기준없이 무분별하게 허용할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상업차관은 주식연계증권이나 채권과 달리
자신의 능력(신용)이 덜 고려돼 특혜자금성격이 강하다고 볼수있다.
때문에 상업차관이 허용되는 기업과 그렇지못한 기업간의 형평문제가
거론되고 도입이 허용되지않는 기업의 불만도 그만큼 커질수있어 신중히
처리해야한다고 재무부는 주장하고있다.
이환균재무부제2차관보는 이와관련,"상업차관허용여부로 논란이
가열되고있다"고 지적하고 "정부는 현재로선 공공성이 강한 기업만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한다는 방침"이라고 못박았다. 순수 민간기업보다도
공공성이 강한 기업에만 선별적으로 허용하되 올해는 관계장관회의에서
합의된 한전만을 고려하고 있다고 이차관보는 밝혔다. 한전은 이에따라
올해 2억 2억5천만달러규모의 상업차관도입계획을 세우고 일본은행등
선진국은행들과 접촉중인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극히 제한적인 상업차관허용 방침에도 불구하고 민간기업들은 올해
잇따라 치러질 선거를 교묘히 활용,정부의 양보를 얻어내려할것으로 보여
당분간 논란은 지속될것같다. 전반적으로 해외차입이 다소 줄더라도
올해부터 주식시장이 외국인에게 직접 개방돼 외국인투자자금이
유입되기때문에 이부분을 주목할필요가있다. 또 외국인투자를
적극유치하겠다는게 정부방침이어서 이를통한 외자조달도 늘어날 전망이다.
<고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