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산업은 있어도 사양기업은 없다" 대만기업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들은 어떠한 경우라도 살아남는다. 카멜레온같이 주위환경에 따라
변신할수 있는 체질을 갖추고 있다.
방직업 완구등 전통적인 노동집약산업을 태국 말레이시아 중국에 물려
주면서도 쓰러져가는 대만기업은 없다. 임금이 치솟아 국제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정부에 하소연하는 기업도 없다.
" 환경변화 적응 순발력 "
대만기업은 스스로 국제수출 환경변화에 적응하는 힘이 있는 것이다.
그 힘은 중소기업 고유의 장점에서 부터 나온다. 몸집이 가벼워 업종
전환이 빠르다.
경제부의 신문염 국제무역국장은 "중소기업이 많은 것이 대만전체
산업구조 대변혁기에 플러스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가장 적합한 컴퓨터 반도체등 "하이테크 고부가
가치산업"으로 재빨리 전환해 가고 있다.
얼마나 많은 수의 기업이 하이테크 산업으로 업종을 바꾸고 있는가는
중소기업의 성질상 정확히 알수는 없다.
"조사대상 50개 제조업체중 3분의 2이상이 지난 3년간 컴퓨터등
하이테크 산업으로 진출했습니다"
대만 유력 신용분석회사인 크레딧 인포메이션사의 진의인부장의
말에서 다만 그 규모를 짐작할 수는 있다.
이렇게 태어난 기업들이 세계를 석권하고 있다.
PC(퍼스널컴퓨터) 분야에선 미국 일본도 상대가 안된다. 지난해
69억8천만달러 어치를 팔아 1위자리를 굳혔다.
만드는 속도를 따라갈 나라도 없다. "3+3+3"의 정신을 굳게 지킨다.
개발하는데 석달, 판매하는데 석달, 재고처분하는데 석달 걸린다는
뜻이다.
힘들게 신상품을 개발해도 팔수있는 기간은 3개월뿐이다.
"한국은 신제품개발에 8개월이 걸립니다. 한국에서 새상품이 선보일
때쯤이면 대만은 이미 한 사이클이 끝날 무렵이 됩니다"
대만 성보컴퓨터회사에 근무하다 삼성전자 대북지사로 스카우트된
손전보과장은 두나라를 이렇게 비교한다.
노상훈 삼성전자 대만지사장도 그의 분석을 뒷받침한다.
"한국은 신제품을 하나 선보이려면 구매 생산 QC(품질관리)등 여러단계를
거쳐 개발기간이 길어집니다. 시장 상황에 신속히 대처하지 못하지요"
" 조직단순 의사결정신속 "
대만은 기업조직이 단순해 의사결정을 빨리 내릴수 있다는게 그의
지적이다.
오토컴퓨터 치코니 얼라이드사등 대만에선 꽤 큰 PC메이커에 속하는
기업들도 사장이 개발지시를 내리면 5명정도 기술자들이 모여 디자인에
착수한다.
하지만 한국에선 프로젝트하나 시작하려면 계획을 거창하게 짠다. 인력도
별도로 투입되며 자금도 따로 챙겨두게 된다. 스케일만 커진다.
대만은 프로젝트당 자금이 한국의 20%에도 못미친다. 신제품을 추진하다
시장상황이 나빠지면 부담없이 중단할수 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장점을 능가하고 있는 것이다.
대만에 PC인재들이 많은 것도 "작은것"을 사랑할줄하는 그들 지혜의
소산이다.
미국에서 기술을 배운 젊은이들이 본국으로 돌아와 자기사업을 차리고
있다. 우리는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고도 큰회사에 들어가 월급장이가
되지만 이들은 독립한다. "소꼬리보다는 닭머리가 되겠다"는 사고방식이
오늘의 대만 PC산업을 발전시켰다.
PC업체수가 많아 신제품도 다양하다. PC완제품 조립업체만 70여개가
있다. 핵심부품인 마더보드(Mother Board) 생산업체만도 2백개가 넘는다.
다른 부품업체는 셀수가 없다.
이들은 벌떼같이 일하며 신제품을 개발해 내고 있다. 작은기업일지라도
미국에 3-4명의 개발팀을 상주시켜 소비자들의 취향변화를 파악한다.
화교기술자와도 줄을대 신형모델을 입수한다. 자체개발이 불가능할 땐
미국에서 서슴없이 북제(Copy)도 해오고 있다.
그래도 특허권분쟁이 일지 않는다. 대만엔 엄청난 수의 PC관련회사들이
있어 이들을 찾아내 소송을 거는데 시간과 비용이 더 든다. 미국이
어리석게 손해보는 일을 할 턱이 없다.
한국은 그렇지가 못하다. 삼성 금성 대우 삼보등 몇 안되는 큰 회사들이
시장을 독차지하고 있어 찾아내기 쉽다.
당연히 미국의 특허권 표적은 한국이 된다. 대만에선 설사 특허권 위반
회사를 알아낸다 해도 생산물량이 적어 성과가 크지 않다.
한국에서 한 기업만 찾아내더라도 대만에서 30개이상의 기업을 색출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 기술도입 한국보다유리 "
기술도입에 있어서도 한국이 대만에 질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있다.
"대기업에 기술을 주는 것은 부담스럽습니다. 주는쪽 입장에선 대기업은
경쟁 상대이니까요. 일본업체들이 한국에 기술이전할때 조금씩 나눠주는
것을 이해할만 합니다"
대동공사의 왕안숭이사는 "중소기업은 경쟁상대로 안보고 화끈하게
준다"고 귀띔한다. 이회사는 대만최대 전자메이커이지만 매출액이 우리
나라 대형 가전업체의 5분의1도 안된다.
대만의 기업세계에선 "작은것이 아름답다"란 말이 실감있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