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사태가 22일 노사간의 정상적인 타협이 아닌 노조의
"자진해산"으로 일단락됐다.
노조측은 연말 특별상여금을 요구하며 새해 벽두부터 태업및
작업거부등으로 회사측을 몰아붙이려다 이를 명백한 불법행위로 간주한
정부가 강제진압에 나서기로 하자 "장외투쟁"명분으로 점거농성중이던
회사를 서둘러 빠져나간 것이다.
그러나 현대자동차분규는 공권력의 "엄포작전"으로 수습되기는 했으나
노사간의 미해결사항 합의와 상호불신 해소등 일련의 후속조치가 뒤따르지
않는한 후유증의 파장이 길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정부가 이번 사태를 올봄 노사분규의 "기선제압용"으로 활용하려
할때 불법과 무리로 얼룩진 현대자동차 노조와는 달리 노정간의 충돌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는 실정이다.
특히 이번 현대사태는 "불법을 그대로 놔두다가는 걷잡을수 없는 파국을
초래하게 된다"는 전국민의 한결같은 여론이 노조의 입지를 크게 좁히는
역할을 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향후 임금및 단체협약 협상을 하는 각 사업장 노조들이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노조의 무리수=분규의 핵심적인 쟁점은 노조가 성과급으로 요구한
연말특별상여금의 액수및 타당성이었다.
노사는 지난90년초 유효기간 2년의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그전의 상여금
"4백%+ "를 6백%로 합의했다. 노사가 자치규율로 마련한 협약속에
특별상여금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노조측은 지난해 회사의 순이익이 많이 났다는 이유로 상여금
6백%외에 추가로 1백50%를 요구,회사측과 첨예하게 대립했고 법리적으로
위법부당한 요구라는 지적을 받게됐다.
따라서 노조의 요구 자체가 위법이기때문에 이를 관철하기위해서 벌이는
쟁의행위는 당연히 불법으로 판정받았다.
또한 노조측이 지난연초부터 벌이기 시작한 태업은 쟁의절차를 무시한
일종의 "편법쟁의"였다. 노조의 쟁의행위가 법의 보호를 받으려면 제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도 불구,조합원 3만여명의 거대노조가 태업을 먼저
시작하다가 쟁의발생신고를 하는 성숙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공권력 대응=현대자동차 노사분규가 터지자 최병열노동부장관은
"단체협약 사항이 아닌 특별상여금의 추가지급 문제를놓고 쟁의행위를
하는것은 불법"이라고 지적,"초기에 강경대응할것"이라고 밝혔다.
이에따라 노동부와 경찰은 회사측이 휴업조치를 내린이후 농성근로자들이
회사내 시설물을 점거,사실상의 파업행위를 한데 대해서 수차례 경고를했고
심지어 유례없이 강제진압 시간까지 노조집행부에 통보하는등 불법에 대한
"맞대결"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는 오는 3월말로 예정된 총선정국이 오기전에 미리 노동현장에대해
기선을 제압해야 올해가 평온할것이라는 자체 판단도 작용한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최병열장관은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위해 불법분규에
강경대응키로 한것이지 다른 목적은 없다"고 말하고 있으나 이번 현대사태
해결과정은 정부의 입지를 크게 강화시켜준 셈이됐다.
정부는 향후의 어떠한 노사분규라도 시기를 가리지않고 불법분규에
대해서는 노사를 막론하고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확고한 방침이다.
다만 정부의 의지가 도를넘어서 산업현장 노사의 "자율해결 원칙"을
무시한채 성급하게 공권력을 사용할경우 자칫 노동행정에 대한 근로자들의
불신을 가중시키는 부작용을 빚게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피해액=회사측은 분규기간중에 모두 6만4천여대의 자동차생산차질을 빚어
4천3백억원의 매출손실을 입었고 수출차질액은 2만5천여대에 이른다고
밝혔다.
또 오는 30일께 태국에 대리점을 개설할 계획을 세웠다가 무기연기했고
이란에 수출키로 한 엑셀 3천대의 선적이 지연,계약이 취소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에 수출하려던 쏘나타 3천대의 선적이 지연되는 바람에 클레임을
물어야 할 형편이고 독일로부터 처음 주문받은 차량 7천대의 선적이 2개월
이상 늦어져 회사의 신용도가 크게 떨어졌다는것.
이와는 별도로 1차협력업체 5백30여개사와 2차협력업체 1천4백여개사등
모두 1천9백여개의 협력업체들이 분규기간중에 휴업했거나 조업을
단축했다.
문제점및 전망=현대자동차 노조의 제3대 집행부(위원장 이헌구)가 출범한
직후부터 회사측과 티격태격하는 횟수가 예전보다 많아졌던게 사실이다.
이위원장은 전임 이상범위원장이 "온건"했다는 조합원의 비난을
극복하려는 듯 공조회창립기념으로 준 도자기가 불량품이라는 이유로 전원
반납운동을 벌였고 이때도 일부 근로자들이 잔업을 거부했다. 이밖에
특별상여금 논란이 일기까지 사사건건 노사가 마찰을 빚었다.
회사측으로선 껄끄러운 상대였음은 당연하다.
그러던 차에 노조는 성과급문제를 들고 나왔고 동종업계의 상위수준의
임금을 받고있는 노조원들이 동조,회사를 분규에 휩쓸리게하여 공장가동을
중지시켰다.
이에대해 노동부 이영대분석관리과장은 "이번 사건의 진행과정에서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된 노조간부 9명은 "허세"일뿐이며 노조내의 "실세"는
뒤에있는 형국"이라며 "오는 3월말로 끝나는 임금및 단체협약 협상때
"실세"의 활동을 주목해야 할것"이라고 경고했다.
<울산=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