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대비한 주요대기업그룹들의 임원인사가 거의 끝났다.
내년초에 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대그룹을 제외하고는 삼성
럭키금성 대우 선경 쌍용 한국화약등이 모두 경영진개편을 마무리했다.
이번 정기임원진개편은 예년에비해 몇가지 두드러진 특징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눈에띄는 현상은 승진인사가 의외로 많았다는 점이다. 올해의
경우는 전반적인 경기침체등의 영향으로 대부분기업이 실적이 좋지
못했음에도 불구,승진폭이 컸다는 것은 일반적인 예상을 뒤엎은 것이다.
삼성그룹은 지난16일 20명에 달하는 창업후 최대규모의 회장.사장단인사를
한데 이어 26일에는 2백17명의 임원승진인사를 했다. 승진인사폭이
1백79명을 나타냈던 올해초에 비해 큰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럭키금성그룹은 26일 1백52명의 임원인사를 했는데 이중 1백36명이
승진인사였다. 사장급승진자도 7명에 달했다.
대우그룹도 1백21명,선경그룹은 88명,한국화약그룹은 46명을 각각
승진시켜 예년보다 큰폭의 인사를 했다.
두번째 특징은 인사시기가 빨랐다는 점이다. 당초 내년초로 인사시기를
예정했던 럭키금성그룹이 24일로 앞당겨 발표하는등 대부분그룹이 예상보다
빨리 인사를 단행했다. 인사를 앞두고 들뜬 분위기에서 생기는 업무공백을
해소하고 새해벽두부터 새로운 체제를 출범시킨다는 취지다.
세번째 특징으로는 전문성을 최대한 살리는데 역점이 두어졌다는것이다.
이번 인사에서의 승진자들은 제자리에서 직급만 한단계높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럭키금성그룹의 사장급승진자 7명전원이 소속회사를 그대로
유지했고 선경그룹은 사장.부사장급뿐아니라 일반임원도 전원이 제자리를
지킨채 직급만 높였다. 대우 쌍용 한국화약그룹의 경우도 계열사간 전보는
많지 않았던편이다. 이같은 전문성중시경향은 삼성그룹이
생산기술부문에서만 38명의 신임임원을 탄생시킨 점에서도 잘나타난다.
또다른 특징으로는 승진인사가 많은 가운데에서도 실적이 뒤지는 회사는
상대적으로 소외됐다는 점이다. 각그룹들이 경영환경악화에 따른
실적부진은 어느정도 인정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그이상의 부진은 용납되지
않았다. 삼성그룹에서는 삼성항공 삼성BP사장이 퇴진했고
럭키금성그룹에서는 럭키금속사장이 물러났고 금성사 럭키석유화학등이
승진인사에서 상대적소외를 받았다. 대우그룹역시 실적이 저조한
대우자동차의 승진대상자가 거의 없었다. 기업은 역시 영업실적이
중요함을 새삼 나타내주는 부분이다.
주요대기업그룹들의 이번 임원인사에서 이같은 특징이 부각되고 있는것은
불투명한 내년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들
특징 모두가 악화된 경영여건에서의 경쟁력강화라는 명제로 연결되고
있기때문이다.
승진인사가 많다는 것은 인사적체를 해소하면서 연초부터 새로운 분위기로
출범하자는 의지가 앞당겨진 인사시기는 체제를 조기에 정비하자는 뜻이
각각 담겨있는 것으로 볼수있다.
또 제자리승진이 많은점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사정을 잘아는 사람이
끌어나가야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에는 긴장되고 바짝 죄어진 분위기로 가져갈수 밖에 없다는 절박한
현실인식이 이같은 특징들의 배경을 이루고 있다. 대폭적인 승진인사가
행해지는 가운데서도 실적부진업체가 소외되고 있는것은 내년경영을 최대한
잘하라는 경고를 미리담은 것으로도 볼수있다.
그러나 승진을 위주로한 주요그룹의 이번 인사는 앞으로의 대폭적인
물갈이를 예고하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각그룹들이 감량경영이나 문책인사를 아직 밝히지않고 있으나 새로운
임원이 많이 늘었다는 것은 곧 밀려날 사람도 많음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년중에는 각그룹들이 어떤 형태로든 커진 몸집을 줄이기위한 작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별로 서로다른 특징으로는 삼성그룹은 이건희회장의 친정체제가
굳혀졌다는 점,럭키금성그룹과 선경그룹은 자율경영체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대우그룹은 최고경영진의 역할분담이 이뤄졌다는 점이 부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