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자신을 성폭행한 남자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한 김부남씨
(30)가 항소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자 여성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재판정에서 ''사람이 아닌 짐승을 죽였다''고 말해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여론을 환기시켰던 김부남씨는 20일 광주 고법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은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과 치료감호를 선고받았다.
김씨는 불과 9세의 어린 나이로 성폭행을 당한 뒤 그때 받은
충격으로 대인기피증을 보여 결혼생활에 실패하고 급기야 21년만인
지난 1월 성폭행법인 남자를 살해, 구속 기소됐었다.
전북 지역 11개 여성단체로 구성된 김부남사건대책위 박상희위원장
(45.전주나눔교회목사)은 항소심 판결과 관련, 20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담당 판사실에서 항의농성을 벌였다.
박위원장은 이 성명서에서 "그동안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건강하게
살 권리를 박탈당한 한 생명을 소생시키기 위한 모든 노력이 무위로
돌아갔다"면서 "재판부는 계획된 살인이었다고 하지만 이는 결코
계획된 살인이 아니며 치료감호처분도 전문의의 판단을 소홀히
다루고 있는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 대책위, 여성단체연합 성명서 발표 ***
한국여성단체연합도 20일 ''성폭력피해자에 대한 재판부의 불공정한
판결에 항의하며''라는 설명서를 통해 김씨의 무죄석방을 주장했다.
여연은 이 성명서에서 "성폭력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어
성폭력 근절을 위한 사회적 노력과 정부의 해결책을 요구하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김부남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을
성폭력범죄 근절에 대한 사회적 여론과 여성단체의 노력을 무시했을
뿐 아니라 이 사회의 강간 및 성폭력을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전혀
보여주지 않는 불공정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 8월 김부남사건대책위, 대구여성회, 여성의 전화,
성폭력상담소를 4개 여성단체가 모여 발족한 ''김부남후원회''도
무죄석방을 촉구하면서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제도장치로 성폭력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김부남후원회는 발족 이후 김씨의 정신질환 치료비를 모금해왔으며
''성폭력특별접제정추진위''를 구성했다.
이에따라 지난 10월 국회에 성폭력특벌법 제정을 위한 청원서를
제출하고 자체적으로 성폭력법 시안 마련을 위해 작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