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공동체(EC)대표단이 국제회의석상에서 공식성명을 통해 이제부터는
한국을 선진국으로 간주하겠다고 발표한 일은 여러모로 음미해볼 가치가
있다. 우선 규명해야할 것은 EC대표단이 그와같은 발표를 하게된 배경이고
다음은 한국이 과연 선진국일까 하는 점이다.
이 발표는 현재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을 주관하고 있는 제네바의 관세및
무역에관한 일반협정(GATT)회의에서 나왔으며 한국을 포함해서 홍콩과
싱가포르등 3개국에 더이상 GATT특례규정상의 개도국혜택을 부여해서는
안된다는 취지로 선언되었다. 일반적으로 후진국 또는 개도국조항으로
알려진 GATT제18조는 유치산업보호육성을 위한 관세양허의 철회와
최혜국대우의 예외,그리고 흔히 BOP조항으로 불리는 국제수지방어목적의
수입제한조치등을 허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근거해서 UR와 같은
다자간협상에서 개도국에 예외를 인정하곤 한다.
EC의 의도는 따라서 이런 예외를 우선 현안의 UR협상에서 한국등에 더이상
인정하지 않고 그점을 장차 GATT운영의 보편적 원칙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한국은 작년1월부터 세칭 BOP국졸업을
GATT로부터 선언받은바 있다. 따라서 당시에 벌써 GATT규정상으로는
개도국범주에서 벗어났으며 EC의 이번 선언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는게
옳을것이다. 다만 그것이 UR협상이 막바지에 이르고 쌀시장개방에대한
예외여부가 중대관심사로 걸려있는 순간에 나왔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이 과연 국제적으로 공인받아 무방할만한
선진국이냐는 점이다. 선.후진국을 가르는 기준은 구구하다. 그러나
대체로 일정수준이상의 1인당 소득수준과 산업구조면에서 공업화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나라를 경제선진국 혹은 선진공업국으로 규정한다.
이런 기준에서 볼때 한국은 아직 선진국이라고 하기 어렵다. 공업화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으나 기술과 소득수준등에서 기존 선진국들과는
아직도 많은 거리가 있다. 7차5개년계획은 96년에 1인당 GNP가 1만달러를
넘고 또 그때가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도 고려할수 있지않을까 보고
있다. 그러나 그때가서도 외양뿐아니라 실질내용과 의식등 모든 면에서
손색없는 선진국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명실이 겸전한 선진국이 되려면
지금부터 정신을 가다듬어 첨단기술과 경쟁력을 키우고 의식의 국제화
선진화에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다만 선진국으로 부르기는 일러도 더이상 개도국이 아닌 것도 분명하다.
개발협력과 특혜를 인정받는 대상으로서의 개도국은 이미 졸업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달라진 국제사회의 시각에 걸맞는 선진국이
되고 못되는 것과 그 시기는 전적으로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