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스템의 파산은 앞으로 재벌그룹 계열사들의 상호지급보증
관행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하고 금융기관들의 신용대출을 더욱 위축시킬
것으로 예상 되고 있다.
8일 금융계에 따르면 고려시스템의 파산에도 불구, 이 회사에 여신을
제공한 은행및 단자사의 피해는 외견상으로 별로 크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고려시스템의 금융채무는 모두 7백23억원으로 이중 금융권의 여신이
6백3억원이며 진성어음이 1백20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또 금융권의 채무중 은행권이 56억원, 단자사가 5백47억원에 달하고
있는데 은행권은 담보가 확보돼 있으나 단자사분은 한국화약의
지급보증이 대부분이며 일부는 신용대출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단자사들은 앞으로 재벌그룹 계열사에 대한 대출을 할 때
신용대출을 거부하고 담보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려시스템의 파산은 또 재벌그룹 계열사들의 상호지급보증에 상당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고려시스템은 그동안 판매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어오기는 했으나 파산의
직접적인 계기는 올들어 동양정밀을 인수하면서 이 회사에 지급보증을
실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고려시스템은 지난 4월 동양정밀을 인수하면서 이 회사의 채무
7백30억원에 대해 연대보증을 섰다.
이에 따라 이 회사에 3백여억원의 대출을 실시한 한일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부실채권을 떠안게 될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
한편 한국화약은 고려시스템에 대해 지금까지 모두 5백80억원의
지급보증을 실시하여 그룹이 적지 않은 피해를 입게 됐다.
한국화약은 고려시스템이 파산함에 따라 이들 자금을 모두 상환해야 될
의무가 발생했으며 현재 그 상환방법을 파산관재인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동양정밀의 경영난은 고려시스템으로 이어졌으며 고려시스템의
파산은 한국화약의 손실을 초래한 것이다.
은행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고려시스템의 이번 파산은 금융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으며 특히 재벌그룹들이 무분별하게 상호지급보증을
실시하는데 대해 경종을 울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앞으로 재벌그룹들이 상호지급보증을 실시하는데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