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업계의 "1국5사"제한을 둘러싼 해외진출논쟁이 노사간의 갈등을
넘어서 실력대결양상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전국고무산업노동조합연맹(위원장 김만호)산하 부산신발업계노동조합
위원장 14명은 지난달 30일하오부터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10층 한국신발
산업협회 부회장실을 점거,"산업기반 뿌리째 흔드는 무분별한 신발산업
해외이전기도를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의 사장단에게 보내는 경고문을
발표하고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2일 부산에서 고무노련 신발분과
위원회를 열고 오는 8일을 전후해 근로자 1천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여는등 "투쟁"을 계속할 계획이다.
노조측에서 이처럼 임금이외의 문제로 집단행동까지 벌이는것은
생산라인의 해외이전이 곧 신발근로자들의 실직으로 이어질것이라는
위기감때문이다.
최근들어 삼양통상등 주요 신발업체들이 중국진출 방침을 굳히고
주무부처인 상공부에 해외투자규제완화를 위한 건의서를 제출해놓고있는
신발협회에서 회원사들에 규제완화여부를 묻는 설문을 발송하는등
규제완화를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있어 노조측의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어왔다.
노조측은 경고문에서 "신발업체의 무분별한 해외이전은 우리나라
신발산업의 패망으로 직결되는것이며 이는 곧 20만 신발노동자와
부산시민의 생계에 영향을 미칠것"이라고 주장하고 "국내산업을
공동화시키고 사주의 이익만 챙기려는 비도덕적행위"라고 비난하고 있다.
실제로 수출물량의 95%이상이 OEM방식으로 수출되는 신발의 경우
생산라인의 해외이전은 기술이전뿐아니라 본사와 자회사의 경쟁을
초래,바이어들의 주문이 국내보다는 인건비가 싼 해외로 넘어가 국내
주문물량이 줄어드는것도 사실이다.
또 지난 88년부터 인도네시아등 동남아국가에 20여개사가 진출,우리
업체끼리 과당경쟁을 벌이는등 적지않은 부작용을 낳고 있기도 하다.
경영자측은 그러나 "현행 1국5사 투자제한 조치가 지역별 투자환경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적용됨에 따라 고임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업계의 해외투자에 큰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지리적으로
가깝고 임금수준이 낮은 중국등 일부국가에는 부분적으로라도 투자제한을
완화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동일국가에 대해서는 진출 순서를 따져 5개업체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는 것도 자금력이 앞서는 업체들의 투자가 상대적으로 제한을
받는등 모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 투자가 허용된 5개업체중 태화를 제외하면 한비산업 성보산업
써니상사 선화등 중소업체들. 따라서 "때"를 놓친 국제상사 삼양통상등
대형업체들은 지금이라도 규제만 풀리면 당장 진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중.저가품의 경우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상태"라며 "해외에라도
나가야 신발산업의 명맥을 유지할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주무부서인 상공부의 정책방향. 신발산업을 담당하고 있는
화학제품과 강윤관과장은 "일부 업체의 건의서가 들어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규제완화를 고려한 적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1국5사제한이 신발업계의 자체의견을 수럼한 것이었듯이
신발업계의 공통된 의견이 신발협회를 통해 올라오면 규제완화를
검토해볼수도 있다"고 말해 신발업계의 뜻이 모아지면 규제를 완화할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에따라 경영진들이 노조측을 설득하고 규제완화쪽으로 의견을
모을지,아니면 노조측의 실력대응이 경영진의 해외진출의지를 꺾을지
신발업계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있다.
어떤 쪽이든 그 결과가 우리나라 신발산업사에 또하나의 분수령이
될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