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의 통관기준 무역수지적자가 예상만큼 크지는 않은
7억8,200만달러로 집계되었다. 그결과 올들어 8개월동안의 누적무역적자도
열흘전 중간집계때보다는 작은 87억7,000만달러로 발표되었다.
물론 작지않은 규모지만 우려했던것 만큼 크지않은건 그나마 다행이다.
지난달 20일현재까지만해도 월중적자가 이미 17억달러에 달했고 그날까지의
올해 누적적자가 97억달러를 초과하여 100억달러적자시대가 임박했다고
걱정했었다. 적자금액이 예상보다 적게 나타난것은 역시 수출상품선적이
주로 매달 하순 또는 월말 며칠사이에 몰리는 경향에 연유한다. 이번에는
억지로 부풀렸다는 얘기도 들지만.
그러나 물론 무역적자문제가 덜 심각해진건 절대로 아니다. 하순과
월말에 수출이 집중되곤하는 경향을 고려하지않은채 월중간의
무역수지동향에 과민반응을 보이는건 바람직하지 않지만 우리의
무역적자문제가 물가문제와 함께 당면한 최대 경제현안임은 아무도
부인못한다. 무역수지뿐 아니라 무역외 및 이전수지마저 상당한 적자를
보이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한국경제는 얼마안가 다시
외채압력에 허둥대는 처지에 빠질 것이다. 줄어들던 외채는 벌써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결코 하루아침에 가능한 일이 아니지만 정부를 비롯해서 온국민이 정신을
가다듬고 무역수지균형에 힘과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 흑자까지는
안가더라도 더이상 적자가 발생하지 않게해야한다. 수출을 가일층
증대시키는 한편으로 수입을 최대한 억제하는 노력이 가장 확실하고 빠른
길이다. 또 그것을 가능케할 단기대책으로 효과를 기대할만한 것으로는
변동환률의 현실화와 과소비분위기의 진정이 있을 뿐이다.
환율현실화에는 나름대로 많은 문제가 있다. 이른바 제이커브효과를
생각해야하고 수입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낮은 우리 현실때문에
수입억제효과대신 물가상승압력만 커질 위험이 있는 점도 고려해야한다.
그러나 만약 원화가치가 지금 얼마쯤 과대평가되어 있는게 분명하다면 그걸
실세화하는게 옳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모두,그리고 특히 정부의 올바른
현실인식이다. 지난 86년이후 4년간의 국제수지흑자는 사실
일과성현상이었다. 반면 오늘의 적자는 구조적현상이다. 그런데도 당국은
그것을 일과성으로 규정하고 얼마안가 다시 균형과 흑자를 회복할것이라고
말한다. 빨리 잠에서 깨어나는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