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성당에 장기농성중인 강기훈씨(27)는 17일 자신과 후견인
서준식씨(43.전민련 인권위원장)만을 성당측이 당분간 사제관에서 신변
보호를 해주겠다고 한 제안을 거부키로 결심, 이를 성당측에 통고했다고
밝혔다.
강씨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 검찰에 자진출두할때 까지 사제관에서
나를 보호해 주겠다고 한 성당측의 제안과 관련,경갑실 수석보좌신부에게
사의를 표했다"고 말하고 "그러나 국민회의 관계자들과 떨어져 혼자
보호를 받는다는게 인간의 도리가 아닐 뿐더러 사제관으로 들어갈 경우
많은사람들을 만나 나와 관련된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데 장애를 받을것이기
때문에 문화관 농성장에 그대로 머물기로 했다"고 말했다.
강씨는 이에대해 경수석보좌 신부로부터도 동의를 얻었다고 덧붙였다.
경신부는 이에앞서 15일 상오 11시께 "강씨와 후견인 서씨는
검찰출두때까지 사제관에서 신변을 보호해주고 국민회의 관계자들은
성당에서 철수토록 요구하기로 성당측의 입장을 정리, 그 내용을
김수환추기경의 재가를 받아 강씨와 국민회의측에 전달했으며 16일까지
이에대한 답변을 해주도록 요청했다"고 밝혔었다.
이에대해 강씨는 당초 자신과 국민회의측을 성격이 다른 사안으로
분리해 생각해주도록 성당측에 요청해오다 막상 성당측이 그 요청에 응한
결과 국민회의 관계자들이 범법자로서 쫓겨나는 형태가 되고 자신은
광역의회의원선거가 끝나는 즉시 검찰에 자진출두하는 것이 기정사실로
굳어지게되자 수락여부를 놓고 고심하다 이를 거부하기로 결심한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국민회의측은 지난 15일 철수의사를 번복할때 이미 수배해제등
실현불가능한 요구를 내세우며 ''최후의 상황까지 잔류할 것''임을 분명히
한 터에 성당측으로부터 사실상의 ''범법자''로 규정되자 " 대국민 이미지에
커다란 타격을 면치 못하게 됐다"며 극도의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속에 경찰은 김수환추기경이 지난 15일
정원식총리서리를 방문, 공권력 투입 자제를 요청한 이후 20일이전에는
이들에 대한 영장의 강제집행에 나서지 않을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으나 수배자들의 퇴로를 터달라는 성당측의 요구에는 응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광역의회의원선거가 끝나는 20일이후에도 강씨등이
자진출두하지 않을 경우 영장강제집행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하지
않은 상태이나 20일이후에도 ''성당내 공권력투입 자제요청''이라는
성당측의 입장에 유의하면서 여론의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은 20일이후에도 성당 외부에서 국민회의관계자들의 농성에
가세하려는 움직임만 없으면 농성사태를 아예 더욱 장기화시켜
고사작전을 펴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일부 성당 신도들이 한때 농성자들을 물리력으로 밀어내려는
움직임까지 보인바 있어 성당에서 농성중인 국민회의 관계자들의
향후대응이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