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중인 예프게니 프리마코프 소련대통령특사는 29일
제임스 베이커미국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소련의 새로운 경제계획에 관해
논의했으나 베이커장관은 소련측이 제시한 이 계획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끝날때까지 최종판단을 유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커장관은 이날 미국무부에서 1시간반동안에 걸친 프리마코프
특사와의 회담을 마친뒤 기자들에게 소련정부지도자들이 시장경제체제의
도입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프리마코프특사도 " 베이커장관에게 현재의 위기상황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소련정부의 최신계획을 제시했다"면서 "소련이 위기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방안은 시장 경제체제로의 이행에 목적을 둔 안정화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베이커장관은 "미국은 소련내의 정치.경제적 개혁을
지지.지원하는데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거듭 천명하면서 "그러나
우리는 소련측이 제시한 새로운 구상들에 관해 보다 많은 것들을 알기를
바라고 있으며 그 이후에나 이 시점에서 소련을 도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다"고 말해 소련측이
희망하는대로 미국의 대소 경제적 지원등이 조속히 실현될 가능성을
배제했다.
베이커장관은 또 소련정부가 경제개혁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확신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 소련의 위기해결을 위한
계획에 담긴 변화들을 검토할 기회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앞서의 유보입장을 되풀이 강조하면서도 소련지도층이 시장경제로의
이행을 기본목표로 하고 있는 점에 만족을 표시했다.
베이커장관과 프리마코프특사간의 이번 회담은 소련경제가 심각한
침체국면으로 빠져들고 있고 있고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서방측의 지원을 적극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이루어진
것으로 프리마코프의 방미 역시 소련이 개혁수행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약속을 담보로 농업차관과 기타 원조를 얻어내는데 목적을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와 관련, 프리마코프특사는 이날 베이커장관과의 회담에 앞서 마이클
보스킨 백악관경제담당보좌관과 로버트 돌 미상원공화당원내총무와 각각
별도의 회담을 가졌으며 이같은 일련의 회담을 마친뒤 소련이
미국으로부터 미국산 곡물을 구입하기 위한 15억달러의 신규농업차관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했다.
앞서 고르바초프대통령은 금년봄 부시미대통령에게 소련내 식량난을
완화하기 위한 새로운 차관제공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낸데 이어
지난주에도 소련경제위기와 관련, 서방측에 수십억달러의 원조를 제공해
줄 것을 호소한 바 있다.
한편 대소원조와 미.소간 2개 군축협정 체결및 정상회담개최등을 연계,
일괄타결을 모색하고 있는 베이커장관은 금주중 리스본에서 양국
협력체제의 최대성과중의 하나인 앙골라평화조약 조인식에 참석한뒤
알렉산데르 베스메르트니히 소련외무장관과 만나 이들 미.소현안들을
중점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