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반군은 28일 새벽(현지시간) 수도 아디스아바바를 공략,
대통령궁등 정부 건물들을 점령하고 17년간에 걸친 마르크스주의 철권
통치를 종식시켰으며 이어 에티오피아 임시 지도자직을 맡은 반군 지도자
멜레스 제나위는 미국 중재하의 합의에 따라 한달내에 임시정부 구성에
착수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날 수도를 장악한 최대 반군조직 에티오피아 인민해방전선(EPRDF)
지도자인 제나위는 이날 런던에서 임시정부가 수립될 때까지 EPRDF가
당분간 국정을 담당할 것이라고 발표된 직후 그의 런던 사무실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모든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 나라의
민주주의적 장래를 규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 각국에게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에티오피아에 대한
원조를 촉진해 주도록 호소하고 이제 내란이 끝났기때문에 원조물자가
원활하게 배급될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허만 코헨 미아프리카담당 국무차관보는 이날 EPRDF 반군이
아디스아바바에 입성한 직후 런던주재 미대사관에서 기자들에게 EPRDF를
비롯한 에티오피아 3개 반군조직 대표들은 EPRDF가 당분간 국정을 담당,
내전을 즉각 종결시키고 임시 정부를 구성하며 임시정부는 앞으로 9개월
내지 1년내에 국제감시하의 민주적 자유선거를 거쳐 정부를 수립한다는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임시정부에는 다양한 정치집단등 각계각층의 대표가 망라돼야
하며 업무를 수행하는데 있어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기존 행정체체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밝히고 반군 대표들이 과도기간 전반의
세부문제와 과도정부 구성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7월1일 이전에 다시
회담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틀째 계속된 이날 런던 평화회담에서 테스파에 딩카 총리가 이끄는
현정부 대 표단은 전날 미국이 반군들에게 현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
아디스아바바에 입성할것을 요구한데 항의, 회담 참석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EPRDF소속 병사 수천명은 이날 새벽 아디스아바바에 진격, T-54탱크등
중화기로 대통령궁을 양측에서 공격하는 등 격렬한 전투를 벌인 끝에
3시간만에 대통령궁을 장악하고 아디스아바바시를 함락시켰다.
그러나 에티오피아 대통령 권한대행 테스파에 중장과 기타 정부
고위층의 행방을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으며 시 중심가에는 정부군 시체
20여구가 흩어져 있었으나 정부군측의 큰 저항은 없었다.
헬레폼 알레무 반군 부사령관은 "첫 국면은 끝났고 우리는 시의 모든
중심지를 장악했다"고 말한 뒤 "다음은 청소와 잔당을 소탕하는 일이다.
전투는 우리가 예상 했던 것보다 격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군들은 아디스아바바의 법과 질서가 무너졌기 때문에 진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으며 EPRDF는 `평화와 민주, 자유를 위한 에티오피아
인민의소리'' 방송을 통해 소속 병사들에게 약탈행위를 하는 자는 엄중히
처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군들은 이날 새벽 공격을 개시한 직후 대통령궁 근처에 있던
탄약고를 폭파시켰으며 이 폭발로 수도 일원에 큰 폭음이 들리고 불꽃과
섬광이 하늘로 치솟았다.
이와함께 서방 기자들이 체류하고 있는 힐튼 호텔 앞에도 반군들이
도착하는 것이 목격됐으며 긴 머리와 흰색 터번을 두른 일부 반군들은
호텔안으로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외국 특파원들은 또 최소한 15명의 정부군 병사들이 반군에 투항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현지 외교 소식통들은 반군들이 수도 일원에 24시간
통금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대통령궁을 함락한 뒤에도 북한에서 훈련받은 것으로 알려진 멩기스투
전대통령의 경호원들을 소탕하기 위해 수시간 동안 엄청난 사격이 계속돼
시내 곳곳에서 연기가 솟구쳤으며 시 전역에서 정부군과 경찰의
약탈행위가 목격됐다.
대부분의 빌딩과 주거지역은 반군의 공격을 받지 않았으며 시민
희생자수는 매우 적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주말 홍해의 아삽항에서 난민을 가득 태운채
에티오피아반군에 붙잡혀 있던 상선 6척이 이날 지부티항에 도착했다.
항구의 관리는 이 상선들에 시민과 군인 3천7백여명이 타고 있었다고
말했으며 긴급식량과 식수가 이들에게 공급됐으나 상륙은 허용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