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불안이 풀릴것인지, 더 꼬여가는 것인지 갈피를 잡기 힘든다.
변칙처리되었지만 개혁입법이 일단 끝났고 보안사범의 일부석방이 검토
되고 있으며 평화적시위보장등 시위진압방법의 개선도 추진되고 있어 시국
수급의 전기가 잡히고 있다고 볼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개혁입법의 날치
기통과로 신민당이 농성에 들어갔으며 원외투쟁을 선언하고있어 사태가 더악
화될것이라는 전망도 할수있다. 분신이 또 일어났고 전국 대도시에서의
시위도 끊이지 않아 혼란에 혼란이 거듭되고 있는 것이다.
노태우대통령과 김영삼민자당대표최고위원은 11일상오 주례회동을
가졌다. 여기에서 무언가 시국을 풀수있는 실마리가 잡히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그러나 나타난 결과는 지금까지의 정부, 여당의 시국대응입장을
재확인 하는데 그치고있다. 물론 민주화등 개혁의지의 재천명이 있었지만
시국을 읽은 여야간의 현격한 거리는 그대로 남아있다.
우리가 무엇보다도 걱정하는 것은 정치의 실종이다. 협상능력의 상실
이다. 개혁입법의 변칙통과에서 보았듯이 정치는 깨지고 투쟁만 격화되고
있다.
정치가 왜 이 모양으로 제구실을 못하는지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개혁입법처럼 중요한 사안이 여야간의 충분한 토의나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가결되어도 되는 것인가. 그렇게 통과된 법률이 국민들에게 실제적 위엄을
갖출수 있는 것인가. 법이 올바른 절차를 거치지않아 권위를 못얻게 되면
거기에 대한 도전이 속출하여 실효성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오늘의 혼란한
정국에 대하여 여야는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그러나 여야 모두가
정치세력이란 점에서 상대편에게만 책임을 떠넘길수 없다. 우선 여야 모두가
자기쪽의 시국대응자세를 국민적 입장에서 반성해 보아야 한다.그리고 국정의
담당자인 정부.야당이 더 큰 책임감으로 민심의 소재를 파악해야 한다.
정부가 책임질 일은 다했기 때문에 이제는 불법시위자들을 다스리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은 지금의 심각한 국면에서 보면 안이한 대응이다. 그동안 어떤
실정이 있었나 자성하고 교정하는 작업이 있어야 한다. 여야는 소모적 투쟁을
멈추고 그런 문제를 검증해야 한다. 엊그제 경제기획원에서 있는 시도경제협
의회는 시기적으로 주목을 끌기에 충분한 모임이었다고 평가된다. 정국이
어지럽고 사회가 불안하지만 6월로 잡힌 광역의회의원선거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예정대로 실시될 전망이고 이와함께 "지방화시대"가 약속
대로 성큼성큼 다가올 판인데 정부는 사실 아직껏 지방자치를 향한 제반
준비를 못갖추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30년만에 지방자치제를 부활키로 한데는 우선 "풀뿌리" 민주주의
의 실현이라는 정치적 의미가 크지만 그 궁극적인 목표는 역시 지방경제의
활성화를 통해 지방도, 전국 모든 지역을 골고루 잘사는 고장으로 만들어지
데 있다. 인구와 경제의 과도한 수도권집중현상에서 이제는 과감한 탈피를
결행해야 할때가 왔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주민의 권한과 책임하에 제고장
을 살기좋은 고장으로 만들필요가 절실해진 것이다.
지방자치제가 진정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방경제가 활성화
되어야 하며 또 그러기 위해서는 크게 두가지 요건이 선결되지 않으면
안된다. 하나는 지방재정의 확충이고 다른 하나는 중앙과 지방정부간의
기능배분이다.
쉬운일 같지만 실행하기는 여간 어럽지않고 숱한 문제점이 따를
과제라고 봐야 한다. 지방의 재정자립도를 제고해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를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면 새로운 세금신설 혹은 과도한 세부담으로 조세저항을
유발할 위험이 있으며 한편 지방정부의 무분별한 권한강화는 자칫 지역
이기주의와 지역간 마찰을 격화시킬 소지가 없지않다.
시도경제협의회는 오는 6월말까지 이두가지 사안에대한 작업을 완료
하기로 했다는데 빠를수록 좋겠으나 결코 성급하게 졸속처리할 문제가
아니며 시도 경제협의회가 단지 지방경제활성화차원에서만 다룰수 있는
성질의 문제는 더욱 아니라고 본다. 전문적이고 깊이있는 연구및 논의를
토대로 결론을 내야하고 또 그것은 행정이 아닌 법률로 뒷받침되어야
할것이다.
아무튼 시도경제협의회의 활성화와 적극 활용은 바람직하다. 지난 84년
6월 처음 출현된 이 기구가 근 2년만에 재가동것부터가 뭔가 잘못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