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대치해 시위를 벌이던 대학생이 사복 전경의 쇠파이프에 맞아
머리에 부상을 입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 지던중 숨졌다.
26일 하오 5시15분께 서울서대문구남가좌동 명지대 교문앞 2차선 도로
앞길에서 동료학생들과 함께 시위를 벌이던 이 학교 강경대군(20.경제1.
서울성동구중곡2동 55의9)이 시위도중 사복 전경들에게 붙잡혀 쇠파이프와
목봉으로 머리와 어깨를 얻어 맞고 실신,동료 학생들이 부근 성가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강군은 사체 검안결과 오른쪽 이마가 길이 7-8 의 사선형태로 찢어진
채 함몰된 것으로 밝혀져 쇠파이프에 맞아 뇌출혈을 일으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경찰은 사복중대인 서울시경 4기동대 94중대원들을 상대로 철야 조사를
벌여 그중 김모군등 전경 4명이 강군 폭행에 가담한 사실을 밝혀냈으며
이들로부터 쇠파이프 2개와 목봉 2개를 증거물로 수거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폭행가담자 전원에 대해 폭행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하는 한편 27일중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 위해 유족및 학생대표
등이 참관하는 가운데 부검을 실시키로 했다.
<>사망경위
학생들에 따르면 강군은 이날 지난 24일 경찰에 붙잡혀 구속된 총학생
회장 박광철군(23.무역4)의 석방을 요구하는 교내집회에 참석한뒤 하오
4시45분께 동료학생 4백여명과 교문밖 진출을 시도,최루탄을 쏘며 저지하는
경찰에 맞서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공방전을 벌였다.
학생들은 2차선 도로 1백여m를 점거한 채 제일은행 4거리,학교앞 2개
골목길에서 경찰과 대치했으며 이때 강군은 남강서적앞 골목길과
로터리쪽에서 시위를 벌이던 동료학생들 사이에서 다른 학생 2명과 함께
연락조 역할을 맡고 있었다.
이날 함께 시위를 벌인 정경호군(22.경영3)은"강군은 골목길에 있던
사복 체포조와 사거리쪽 기동대가 동시에 최루탄을 쏘며 진압해 들어오자
철책 부분을 무너뜨린 담벽을 통해 안으로 피신하려다 사복 체포조에 의해
붙잡혀 5,6명에게 발로 짓밟히고 쇠파이프로 머리등 온몸을 구타당해
쓰러졌다"고 말했다.
시위현장에서 10m떨어진''다이다이''꼬치 전문점 지붕에서 간판도안작업을
하던 손인규씨(30)는"학교 담을 막 넘어가려는 강군을 사복전경들이 끌어
내려 도로위에 눕히고 쇠파이프로 때렸다"면서"폭행당시 전경수는 7-8명
가량 되는 것같았다"고 말했다.
곧이어 학생 1백여명이 일제히 화염병과 돌을 던지며 반격하자 전경들은
철수 했으며 실신해 있던 강군은 혼자 담벽을 넘어 교내''민주계단''에
도착한뒤 실신,동료 학생들에 의해 교내 보건소로 옮겨졌다.
이때 강군은 신음소리를 냈으며 얼굴에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고
학생들은 밝혔다.
보건소 간호사 유길자양으로부터"힘들것 같다"는 말을 들은 학생들은
이 학교장학과 주임 김종배씨(37)의 승용차로 강군을 8백여m떨어진
성가병원으로 옮겼다.
<>사체 상태
이 병원 외과과장 박동국씨(34)는"강군은 병원 도착당시 호흡과 맥박이
멎어 이미 숨져 있었다"면서"오른쪽 이마 눈썹위로 약 길이 7-8 깊이
0.8mm 정도의 사선 형태로 상처가 나있어 예리한 물건보다는 쇠파이프와
같은 둔탁한 형태의 물건에 맞은 것같다"고 말했다.
박씨는 또"두개골의 파열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귀쪽을 보았으나 출혈이
없는 것으로 보아 두개골 파열보다 뇌출혈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강군의 사체는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으로 옮겨진뒤 4시간여만인 하오
11시께 "아들이 살아 있을 지도 모르니 다시 확인해 보자"는 아버지
강민조씨(50.국일건설대표. 서울성동구중곡2동 55의9)의 요구에 따라
병원측에 의해 보도진들에게 공개됐다.
<>경찰수사
강군의 사인 조사에 나선 경찰은 이날 동원된 서울시경 2기동대 소속
66중대와 249도보대및 4기동대소속 94중대 3백20명중 사복중대인 94중대
3개소대원 1백20여명 가운데 체포조로 투입된 32여명에 대해 1대1 신문을
벌여 그중 4명이 쇠파이프등으로 강군을 집단 폭행한 사실을 밝혀내는
한편 이들이 현장 부근에 버린 쇠파이프 2 개와 목봉 2개를 27일 상오
6시께 증거물로 수거했다.
경찰관계자는"이들 4명이 폭행당시 쇠파이프를 사용한 일이 없다고
똑같이 부인하고 있어 강군을 치사케 한 쇠파이프를 휘두른 장본인들을
가려내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원환서울시경국장은"어떠한 의혹도 생기지 않도록 정확히 사건진상을
가려내 겠다"면서"강군의 사인 규명을 위해 27일중으로 유족과 학생대표가
참관한 가운데 부검을 실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병원 주변
시신이 안치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영안실에는 강군의 사망소식을
듣고 달려온 명지대와 연세대생 1천여명이 몰려 들어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며 철야 농성을 벌였다.
전대협 임시대책위원회(위원장 임헌태연세대 총학생회장)는 오는
27일부터 5월1 일까지를''강경대동지 추모및 노정권규탄 응징주간''으로
설정,전대협차원의 공동추모 행사를 갖기로 하는 한편 야당과 전민련등
재야 단체를 포함,범국민적 대책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