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발표한 90년 자금순환표를 보면 예민하게 받아들여야
할일이 여러가지가 있다.
자금순환표란 국민경의 주체를 개인 기업 정부 해외 금융 5개부문으로
나누고 각 부문별 자금 과부족을 중심으로하여 부문간에 일어난 금융거래를
기록한 표이다.
자금의 과부족이란 번돈으로 소비와 실물투자를 하고도 나머지가
있을때는 자금잉여가 생겼다고 말하고 번돈으로 소비와 실물투자를
커버하기가 부족하였을 때는 자금부족이 생겼다고 말한다.
자금잉여가 생긴 부문은 다른 부문으로부터 그 만큼 자금을 조달해
와야한다.
자금순환표는 이러한 각부문별 자금의 과부족액의 중심적 거래가 되지
만 그 외에도 금융적 동기에 의한 자금거래도 포함하여 기재한다.
예를 들어 기업은 일반적으로 자금부족을 일으키는 주체이므로 순계상
다른 부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해서 쓴다.
그러나 금융거래의 내부를 보면 적자주체도 다른 부문에다 자금을
운용하기도 한다.
그렇게 되니까 그 만큼 자금조달을 더 해와야 하게 된다.
다만 조달 또는 운용의 순계는 금융적 거래에 따라 그 규모가 변동하지
않도록 되어있다.
90년의 자금순환표가 갖는 첫번째 특징은 금융부문과 해외부문을
제외한 국내비금융부문의 금융자산 축적규모가 89년에 비하여 4.6%
늘어나는데 그쳤다는 점이다.
89년에는 88년에 비하여 18.4%가 87년에도 40.0%가 늘어났었다.
금융자산축적의 증가속도가 이렇게 급속하게 떨어진것은 일단
표면상으로는 주가의 하락에 그 원인이 있다.
그래서 유가증권은 89년에 18조6천억원이 증가되어 53.0%의 증가율을
보였으나 90년에는 그 절반쯤인 9조3천억원의 증가에 그쳤다.
증가율이 따라서 마이너스 49.7%라는 부의 수치를 기록하였다.
특히 흑자주체인 개인부문의 금융자산운용에서는 주식의 비중이
89년의 16.6%에서 90년은 1.2%로 대폭 줄어들었다.
그대신 은행 및 기타금융기관의 예수금의 비중은 89년의 56.2%에서
90년에는 82.3%로 크게 늘어났다.
금융자산의 증가속도가 크게 떨어지고 그가운데서도 주식운용의
비중이 특히 크게 떨어진것은 부동산선호와 표상관계에 놓인 현상이라고
보아도 크게 틀리지 않을것이다.
자금의 잉여란 달리 말해서 저축이다.
저축이 생산시설의 확대에 주입되기 보다 부동 거래쪽에 모여
돌아가고 있는 동안은 생산부문의 자금경색은 불가피할것이다.
자금운용이 금융기관예금으로 집중되고있는 가운데서도 비통화
금융기관의 예수금 비중은 은행의 그것을 압도적으로 누르고 증가되고
있다.
개인부문 자금운용가운데 60.9%라는 비통화성금융기관 예금이고
은행예금은 21.4%에 불과하다.
비통화성예금 가운데는 은행신탁이 포함되어 있고 은행품에
대한 운용의 증가세가 90년에는 대폭적이었으나 보험등 비은행
금융상품의 비중이 아직 은행상품을 압도하고 있음은 부인할수 없다.
비은행금융기관 가운데는 단자회사의 위축이 눈에 크게 띈다.
예금과 대출 양쪽에서 단자회사의 영업은 89년 비하여 크게
부진하다.
둘째로는 기업부문의 자금부족 심화현상을 90년도 자금순환의
또하나 특징으로서 꼽을수 있을 것이다.
기업부문은 설비투자는 늘어난 반면 기업수지는 악화되어 자금
적자폭이 전년보다 69.9% 늘어난 28조8천억원에 이르렀다.
이렇게 기업부문 자금부족이 크게 확대되면서 개인부문의 잉여로서
기업부문의 부족을 메우는 개인부문의 기업자금부족 보상율은 89년의
88.3%에서 90년에는 68.4%로 크게 하락되었다.
이 비율은 86년에서 88년까지는 100%를 넘었다.
다시 말해서 이 기간동안은 우리나라 전체로 자금잉여를 나타내어
이 자금은 해외로 나갔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대외거래에서 경상수지 흑자로 나타났던 것이다.
기업자금의 부족분을 조달하는 방식으로서는 주가상승의 기대소실로
인하여 정부가 주식발행을 억제했기 때문에 직접금융을 통한 조달
비중은 89년의 43.8%에서 90년에는 40.7%로 하락하였다.
그 반면 간접금융을 통한 조달비중은 89년의 53.5%에서 90년에는
40.4%로 상승했다.
직접금융조달 가운데 회사채발행은 89년의 4조9천억원에서 5조
4천억원으로, 기업어음발행은 5조1천억원에서 1조9천억원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세번째로 들어야할 특성으로서는 이렇게 개인부문이 기업자금부족을
보전하는 힘이 부족해지자 해외부문으로부터의 자금조달 순액이
4년만에 처음으로 양수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해외차입규모가 89년의 -4천억원에서 90년에는 3조8천억원이 되었고
해외자산은 외환보유액이 축소되면서 89년의 3조5천억원에서 90년에는
7천억원으로 줄어들었다.
그래서 대외부채 잔액도 89년말의 5,700억원에서 90년말에는
3조1천2백억원으로 도리어 늘어나게 되었다.
90년 자금순환의 구성이 위에 든 3가지 측면에서 악화되었다고
볼수있다.
거시경제에서 보아 이러한 악화를 막을수 있는 금융및 재정 정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달리도 할일이 많은 나라이지만 거시경제적 면모란 것은 이런 많은
일이 집약된 그림이라고 보아야 한다.
큰 진찰에 나서야 할때가 이미 무르익고도 남음이 있다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