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18일부터 에너지절약시책의 일환으로 전국적으로 실시돼 오던
승용차 10부제운행조치가 정확하게 두달만인 내일부터 해제된다. 정부는
어제 총리가 주재한 관계장관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하고 이밖에 가로등
격등제와 대형네온사인 전자전광판 체육시설 야간조명금지 TV방영
시간단축등 다른 비상조치들도 대폭 완화 조정했다.
비상조치란 본래 한시적이어야지 영구적으로 시행할 수는 없다. 걸프전이
종결된 마당에, 바꿔말해서 비상시책의 원인무효가 생긴 마당에 무한정
끌고가기는 어렵다. 이미 해제여론이 일어왔고 10부제의 경우는 특히
강했다. 에너저절약대신 교통난완화명분을 들어 계속 실시하는게 좋겠다는
여론도 있었으나 그건 별개의 문제이며 일상생활의 불편은 물론 생업에까지
지장을 주기에 이른 10부제의 해제는 잘한 일이라고 본다.
정부의 결정이 옳은 선택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우리는 이것을 행여
에너지절약노력과 절약의식의 후퇴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점을 새삼
강조해둘 필요를 느낀다. 일상생활에서는 물론 산업활동에서 에너지소비를
구조적으로 절감하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걸프전이 단기전으로
끝난것이나 기름값이 예상밖에 안정된건 단지 천만다행한 일이었을뿐
우리는 걸프전의 교훈을 오히려 값지게 활용해야 할 것이다. 하마터면
배급제로까지 갈뻔했던 불안하고 위급했던 상황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언제 또 그런 사태가 닥칠지 모르는 점은 제쳐놓고 우리의 에너지소비
행태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국제유가가 당분간은 안정되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오를게 분명하다고
믿어야 한다. 자원이 유한하고 생산코스트가 증가하고 또 국제적인
인플레를 도외시 할 수 없겠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는 산업구조부터가
이웃 일본을 비롯한 주요 선진공업국들과 비교해서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고 일반 국민생활에서도 엄청난 낭비와 비효율이 아무 생각없이 유행하고
있다. 역시 중동에서 비롯된 두차례의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선진공업국들이
기름소비의 절대량을 감축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연간
원유도입량은 지금 100만배럴내외로 서독 프랑스 이탈리아의 절반에
가깝거나 넘고 일본의 5분의 1수준이다. 자연 유가상승의 충격이 훨씬 크고
대외경쟁력도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절약은 고통과 불편을 가져온다. 특히 강제된 절약은 견디기 힘들다.
바람직한 것은 자발적인 절약이다. 실효도 훨씬 크다. 에너지에 관한한
절약이 곧 자신의 이익이고 기업과 국가경제를 위하는 길이라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