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택지 특혜분양을 위한 한보그룹의 로비자금 규모및 대상에 관심이
집중되고 가운데 정태수회장의 개인기업인 한보상사가 수서, 등촌지구 등
각종 토지를 매입한 후인 지난해 초 한보철강으로부터 3백억원의 자금을
대여받은 사실이 드러나 이 자금이 전액 로비자금으로 쓰여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12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한보철강은 지난해 9월 거래소에 제출한
제34기(90년도) 반기사업보고서를 통해 90년 1월1일부터 6월30일 사이에
정회장의 개인관리기업인 한보상사에 3백8억1천2백93만6천원을 대여해
줬다고 밝혔다.
이같은 대여금규모는 한보철강이 지난해 3월 증권거래소에 제출한 33기
(89년도) 사업보고서상에 나타난 89년 12월말 현재 이 회사의 한보상사에
대한 대여금 2억2천3백96만원과 비교하면 6개월 사이에 무려 3백5억8천8백
97만6천원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이 기간은 한보측이 수서지구와 서울 강서구 등촌동, 수원근교의
경기도 용인군 기흥읍 등에 산재한 토지를 매입한 이후이며 당시 장병조
청와대비서관이 이 기간중인 지난 90년 2월10일 서울시에 "수서민원 긍정
검토" 협조공문을 보낸 점을 감안하면 이 자금이 로비활동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보철강이 한보상사에 대여해준 자금의 잔액은 89년 12월말 현재 어음
채권 2억2천3백96만원에 불과하나 그 이전에 제공한 자금에 대한 이자금의
미수총계가 74억6천9백33만원에 달하는 등 한보철강은 90사업연도 이전에도
한보상사에 막대한 자금을 융통시켜 준 것으로 확인됐다.
한보상사는 정회장이 세무공무원직에서 물러난 직후인 지난 74년 처음
차린 한보그룹의 모기업으로 주식회사 형태를 갖추었으나 지난 88년
계열기업을 정리할 당시 개인기업체로 전환시켜 이 회사에 대한 재무제표가
전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정회장은 계열기업체들의 자금을 자신의 개인기업체인 한보상사에
빌려준 뒤 이자금을 청와대 및 건설부, 서울시, 국회건설위 소속 의원들에
대한 로비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영업내용이 부동산관리 및 임대업인 한보상사가 수백억원의 막대한
자금을 일시에 필요로 할 이유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
자금이 로비활동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회장이 개인기업인 한보상사를 통해 로비자금을 사용한 것은 주식회사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외부에 재무제표 등 자금이동상황이 쉽게 공개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