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사회간접자본시설의 부족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이들 시설은 생산활동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사회간접자본의 부족은 생산활동을 가로 막는 병목현상을 일으킨다.
특히 교통부문 사회간접자본, 즉 항만과 도로의 부족은 벌써 한계점까지
이르러 있다.
예를들어 인천항에는 하역을 한달이상 대기하는 선박이 허다하고 작년
한해에 체선료 부담만해도 6백87억원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러한 사정은 전국의 주요항구가 다소 차이는 있으나 대동소이하다.
부산항은 화물수요가 하역능력의 1.7배에 이르고 있다.
이것은 인천항의 1.6배보다 오히려 더 나쁘다.
그래서 대형선박들이 부산기항을 회피하는 바람에 부산과 일본의
고베항까지 소형 피더운반선으로 화물을 날라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도로사정도 항만보다 조금도 낫지 않다.
우리나라 총 도로연장은 약 5만6천5백km이다.
인구 1인당 도로연장은 선진국의 2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늘어나는 도로화물수요에 비하면 사정은 더 악화되고 있다.
서울과 부산 사이의 화물차 왕복소요시간은 80년에 14시간이던 것이
89년에는 그 2배인 28시간이 되었다.
사회간접자본은 상당한 정도 공공재의 성격을 가진다.
그러나 한편 도로나 항만은 철저한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운영되더라도 무리가 없는 재화라고 볼수도 있다.
또 일본이나 다른 선진국, 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 가운데서도
도로나 항만을 사기업이 건설 운영하는 예는 얼마든지 있다고 반론을
펼수도 있을 것이다.
고속도로나 항만을 정부가 건설하더라도 수익자는 사용료를 내는 것이
세계적 관행이다.
그렇지만 이것이 사적으로 운영되느냐, 정부에 의하여 운영되느냐
하는 것은 매우 다르다.
국토가 절대적으로 협소하고 항만후보적지가 하역수요에 비하여
태부족인 현실 아래서 도로나 항만은 사적 경영이 불가능하다.
사용료를 올리거나 사용자를 배타적으로 선별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공공재의 특성이다.
항만적지가 많으면 원목 철강 석탄 자동차등 모든 하물을 따로
취급할수 있도록 몇몇 동종업자에게 허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공공재냐 아니냐하는 기준은 순수하게 경제학적이기보다 공동체의
인식에 더 좌우된다.
투자와 유지보수에 충분할 정도의 사용료를 받을때 일반의 인식이
그것을 경영하는 기업을 "봉이 김선달"로 매도하게 된다면 그런 재화는
바로 공공재이다.
공공재는 정부의 경영효율성에 대한 성가가 비록 문제가 된다하더라도
정부가 맡을 수 밖에 없다.
정부는 가능하면 다른 비용지출을 줄여서 시급한 사회간접자본 건설에
나서야 한다.
재정 재원이 부족하다면 세금을 늘리고 그래도 부족하다면 대내와
대외채권이라도 발행하는 것이 좋다.
정부가 채권을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그 부담을 다음 세대로
넘겨주는 일이다.
모든 것이 제대로 된 사회간접자본시설이라면 다음 세대도 그것을
만족스럽게 이용하게 될 것이고 그렇다면 거기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도 당연하다.
한 세대만에 모든 것을 완비한 부자나라가 되겠다는 것은 과욕일수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