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로 자란 20대 청년이 자신이 평생동안 모든 8백여만원을 불우한
소년가장이나 심장재단에 전달해달라는 유언장을 남기고 외로움을 비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27일 뒤늦게 알려졌다.
서울중부경찰서는 29일 지난 3월말께 서울중구 을지로6가 국립의료원에서
숨진 오성문씨(26.공원.서울 노원구 공릉동339의4)의 유언에 따라
오씨명의의 대한교육보험금 6백40여만원과 은행예금 1백70만원등 8백여만원중
병원치료비 1백70여만원 제외한 나머지를 한국심장재단에 기부키로 했다.
오씨는 지난 3월17일 서울 청량리 여인숙에서 농약을 먹고 자살을 기도,
국립의료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오던중 같은달 24일 상오9시께 중환자실에서
숨졌다.
오씨는 자신의 부당해고를 구제해준 노동부 북부지방사무소 김종락씨(51)
앞으로 남긴 16절지의 크기의 유언장에서 "부모님사랑과 정을 못받아 왔기
때문에 제가 원하는것은 애틋한 사랑"이라며 "공부해서 예쁜 색시를 만나
사랑과 정을 받고 싶다"고 애절한 사연을 호소했다.
오씨는 또 유언장에서 "저를 보살펴준 모든 사람한테 용서를 비는 뜻으로
저의 몸을 희생하든가 보험금과 예금등을 합친 7백여만원을 불우한 어린이
가정이나 심장재단에 꼭 뜻있게 써달라"며 "이것이 저의 마지막 소원"이라고
당부했다.
경찰조사결과 오씨는 지난 67년8월15일부터 79년4월8일까지 대구시소재
고아원 대구신생원과 장애자복지시설인 자유재활원에서 생활해오다
미싱공원으로 섬유및 의류공장을 전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심장재단의 김영의 총무과장(34)은 "오씨가 금년 1월초 사무실로
찾아와 세상을 하직하겠으나 어려운 사람을 위해 써달라며 성금 80만원을
기탁했으나 오씨 역시 불우한 처지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사양한 적이
있다"며 오씨의 죽음을 슬퍼했다.
노동부 북부지방사무소 김씨는 "적은 월급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8월30일
오씨가 2천5백만원짜리 보험증권을 계약, 매월 14만원을 불입해왔다"며
"제대로 먹지도 입지도 않고 모은 돈을 자신보다 불쌍한 형편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써달라는 유언장을 보고는 눈시울이 뜨거워졌었다"고
술회했다.
오씨는 지난 89년2월 자신이 다니던 의료공장에서 해고당하자 김씨에게
부당해고임을 주장, 김씨가 오씨를 다시 공장에 나갈 수 있게 해준뒤부터
김씨집에 한달에 1번꼴로 직접 찾거나 전화를 걸어 고민등을 털어놓을
정도로 김씨를 따랐다.
6년전 오씨와 함께 근무한 인연으로 오씨가 입원한 뒤에도 줄곧
보호자역할을 맡아온 서울노원구공릉동소재 우일의료 기계과장
이득수씨(36)는 "오씨가 2년전부터 외로움을 참지 못해 자살하겠다는
말을 자주 한 적이 있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