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정부는 오는 24일 노태우 대통령의 방일을 앞두고 양국간
새쟁점으로 부상한 "일왕사과"문제와 관련, 노대통령 방일시 아키히토
일왕이 일본을 대표해 과거 일상의 대한식민통치에 대해 "가해자및
피해자의 주체를 분명히 하면서 유감과 함께 반성의 뜻을 표명한다"는
수준에서 의견접근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한/일 양국은 최근 외교경로를 통한 일련의 교섭에서 일왕사과
문제로 양국민간에 더이상 감정이 고조되거나 노대통령의 방일일정에
차질이 빚어져서는 안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일왕의 직접적이고도
명백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한국측의 입장을 최대한 수용하고 일본
헌법이 허용하는 테두리내에서 절충점을 찾기로 원칙적인 합의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그러나 아키히토일왕의 방한초청문제와 관련, 기본적으로 이
문제는 한/일 양국국민이 환영하는 분위기속에서 이루어져야 할 사안
이라는 인식아래 분위기의 성숙여부와 일본측의 태도를 보아가며
최종방침을 결정키로 했다.
이와 관련,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이 시점에서 명백한 것은 우리
정부가 노대통령의 방일을 연기하거나 재검토하는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해 노대통령의 방일이 예정대로 이루어질 것임을
분명히 하면서 "일본정부도 일왕의 사과가 과거의 잘못에 대한 가해자및
피해자의 주체가 분명히 드러나는 수준이 돼야 한다는 우리측의 입장을
놓고 신중한 대처방안을 마련중"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일본측이 우리국민의 요구수준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나
헌법상의 제약을 들어 한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일왕이 일본내각의 조언을 들어 한국민에게 과거
잘못에 대한 유감과 반성의 뜻을 표명하는 것"이라고 말해 우리측의
요구수준과 일본헌법상의 제약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선에서 합의점을
찾게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본측은 "천황의 국사에 관한 모든 행위는 내각의 조언과 승인을
필요로 하며, 내각이 그 책임을 진다"는 헌법 3조와 "천황은 이 헌법이
정하는 국사에 관한 행위만을 하고, 국정에 관한 권능을 갖지 아니한다"는
헌법 4조1항을 이유로 들어 대한사과가 불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지난 84년 히로히트 일왕이 "유감표명"을 한 전례가
있는데다 "내각의 조언과 승인"의 형식을 빌어 일왕사과가 가능하다는
해석에 비추어볼때 일왕이 논란의 핵심중의 하나인 가해자의 주체를
분명히 하면서 유감표명보다는 진일보한 완곡한 수준의 사과를 하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 양국은 일왕의 사과문제를 양국입장을 절충한 수준에서
매듭짓는 대신 일본국회가 "대한사과 결의문"을 채택하는 문제를 놓고
협의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호중 외무장관은 17일 하오 청와대에서 노태우 대통령에게
일본방문에 따른 일정과 지금까지의 협상내용, 전망등을 보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