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결국 방침을 바꿔 증시에 적극 개입하기로 했다.
그동안 증권사들이 중심이 되어 설립을 추진중이던 주식보유조합에 보험
은행 단자회사들을 참여케 함으로써 2조원규모의 증시안정기금마련이 훨씬
구체성을 띠게 되었다.
또 12.12조치로 2조7,000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떠안은채 한달에 300억원
의 이자를 지불하면서 기진맥진했던 투신사들도 은행의 자금지원을 받게
되어 숨통이 트이게 되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주식시장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함으로써 그동안 난조를 보였던 자금의 흐름이 또 다른 불가측한
사태의 유발을 피할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필경 부동산으로 몰렸던 자금이 이번에 증시안정조치가 없었다면 실물
투기로 이동하면서 인플레를 더욱 가속화시킬 우려가 없지 않았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이 지속적인 증시안정조치의 실천이다.
왜냐하면 이번 증시파동으로 밖으로는 별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증시기반
이 크게 취약해졌기 때문에 여기서 다시 한번 더 흔들리면 그 결과는 생각
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다.
2조7,000억원을 떠안고 있는 투신사뿐만 아니라 누구 책임이건 큰 규모의
평가손으로 부도위기를 생각하지 않을수 없는 증권회사등 증시내부의 문제
도 산적해 있다.
또 대부분의 일반투자자들의 신용구좌도 주가의 대폭락으로 담보능력을
잃고 있는등 어느것 하나 정상적인 것이 없다.
.......... 중 략 ..........
불과 5년전만 해도 우리 증시는 2-3조원 규모, 주가지수도 지금의 10분
의1인 100포인트 전후에 불과했다.
경제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미미했고 70년대말 주가대폭락이 당시
경제에 미친 영향도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나 86년부터 팽창을 시작해서 89년4월 정점에 있을때는 증시규모가
당시 GNP와 거의 맞먹는 100조원대에 이르렀다.
이른바 주식대중화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문제가 될때는 경제전체를 혼란으로 몰고가기에 충분하지만 지난 몇년
기업들에는 은행등 간접금융보다 더 의존도가 큰 직접금융시장으로 우리
경제에서 큰 비중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마치 어른이 다된 아이가 아직도 어린이 옷을 입고 있는 형국이다.
정책당국이나 사회도 이미 달라진 증시를 인식하지 못하고 아직도 명동
한구석 상주투자자들이 모여 돈놀음을 하는 곳 쯤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증시회복이 가시화한 지금부터 몇달동안 우리 증시는 참으로 할일이 많다.
그동안 방만하게 운영되던 증권회사의 경영이 한 단계 높아져야 하고
급등과 급락에도 그 충격을 자체내에서 흡수할 수 있도록 증시의 각종
제도도 차제에 철저히 보완되어야 한다.
이제 남북문제나 북방정책이 진전되고 자본자유화가 경제현안으로 되면서,
그리고 정부가 되풀이 주장하는 것처럼 우리 경제의 펀더멘틀즈(기조)가
회복되면 증시는 상승기류를 보일 조짐이 크다.
그러나 바로 지금 수출에서, 기술경쟁에서 뒤져서는 경제의 앞날이 지극히
불투명하다.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없이 경제나 증시나 간에 사태의 반전이 쉽사리
기대할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