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지금 기로에 서 있다.
1년여에 걸쳐 두차례나 급격한 하락파가 몰아쳐서 정부정책도 기관투자가도
일반투자자도 모두 탈진상태다.
더이상 이렇다할 부양조치는 내놓을 것이 없고 기관투자가들은 모두
평가손만 잔뜩 안고 있다.
미수금과 신용매물이 기회 있을때마다 쏟아지는 것을 보면 한때 장세를
지배했던 "개미군단"도 전력이 고갈되었다.
몇차례 반등도 시도되었으나 힘만 소모되고 이제는 웬만한 호재에는
무반응이다.
그러나 눈덮인 땅밑에서 새싹이 나오듯 소생의 기미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최근 며칠새 낙폭이 줄어들면서 엎치락 뒤치락 주가가 탄력을 보이고
있다.
지속적인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아직 투매현상은 보이지 않는다.
거래량이 줄고 있는 것도 팔사람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일단 바닥권에 들어섰다고 보아도 좋을듯 싶다.
아니 바닥권에 들어섰다고 판단하면서도 방관만 할 것이 아니라 증시,
우리 경제의 앞날을 생각해서 우선 정책당국이 새로운 정책감각을 가지고
접근방법을 모색해야 할때이다.
무엇보다 증시에 대한 근본적 인식이 우리 사회에서 새로워져야 한다.
안정기조를 전면에 내세운 지난번 경제팀은 증시가 폭락을 계속하면
국민경제에 치명타가 될 우려가 크다는 인식아래 몇차례 부양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증시자세를 "부담"으로 인식하는 소극적인 자세가
전제되고 있었기 때문에 증시는 더욱 침체의 늪에 빠져들었다.
요즘도 "정책당국이 내놓을만한 부양책은 다 내놓았다"는 비관론이
우세한데 이같은 비관론도 증시에 대한 소극적인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새 경제팀이 경제정책의 기조를 안정에서 성장으로 돌려놓은 만큼
증시도 이제 적극적인 기능, 사회의 부동자금을 흡수해서 산업자금화하는
통로로서의 역할이 강조되어야 한다.
......... 중 략 ..........
지난 몇년 우리 경제의 활력을 크게 소모시켰던 부동산투기는 정부가
시행착오를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그 한계에 온것 같다.
정부의 의지도 이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아 부동산투기는 더이상 확대될
수가 없게 되었다.
부동자금이 부동산과 증시를 널뛰듯 오가는 속성을 생각한다면 정부가
이제 최종적인 부동산투기억제 대책을 내놓는 것을 계기로 증시분위기가
달라질 것이 예상된다.
또하나 증시추이에 가장 큰 변수가 되어왔던 금융실명제가 사실상
무기연기된 것도 서서히 주가부축에 힘을 쓰게될 것이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증시의 장래에 대해 낙관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근거는 역설적이지만 그동안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는데 있다.
주식격언에 골이 깊으면 산도 높다라는 말이 있다.
주가란 무한정 올라갈 수 없는 것처럼 무한정 떨어지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한국은행의 발표처럼 5월이후 경기회복이 예상된다면 경기를 선행하는
주가는 곧 움직일지도 모른다.
정책당국은 지난 1년여 하강국면을 계속한 우리경제가 앞으로 1년쯤
더 경기회복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가정할때 또 한차례 주가하락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앞으로 주가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움직일수 있도록 가능한한 장단기정책배려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원래 경제정책이란 경기순환을 뒤따라 가면서 너무 빨리 달리면 고삐를
당기고, 늑장을 부리면 채찍을 가하는 것이다.
증시는 부동산투기와는 달리 우리경제를 이끄는 말(동력)가운데
하나다.
건강을 보살피면서 가편해야할 소중한 자본주의의 한 장치라는 점을
다시 상기하기 바란다.